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온 마을이 초토화된 미나미산리쿠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폐허로 변해버린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손자 지키려 달려갔던
할머니 함께 시신으로
25세남성 96시간만에…
4개월 아기‘기적 구조’
“쓰나미가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를 겁니다. 아내를 구해보려고 감싸 안았지만 이미…”
관측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 속에 일본인 아내를 잃고 살아남은 한국인 생존자 등 엄청난 대재난 속에서 죽음을 뛰어넘은 희생과 기적의 스토리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쓰나미로 인한 인명 피해가 집중된 미야기현 센다이 동부의 가모 지구에 살던 김일광(35)씨는 쓰나미가 닥쳤을 당시의 체험을 이야기하며 무서운 기억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해병대 제대 후 1998년 센다이에 있는 선배의 일을 도우러 일본으로 이주, 일본인 아내 마요코와 결혼해 1남2녀를 낳은 김씨는 지난해 집도 장만하는 등 다복한 가정을 이뤘으나 순식간에 덮친 지진과 쓰나미로 행복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지진이 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아이들을 바다에서 먼 곳에 있는 유치원 등에 맡겨놓은 채 일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김씨는 엄청나게 흔들리는 지진 발생 직후 아내를 데리러 갔다가 쓰나미와 직면했다.
“갑자기 ‘쏴’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뭔가 떠내려 오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다음 순간 아내 손을 잡고 부근 초등학교 3층 건물을 향해서 뛰었습니다.”
물결에 휩쓸린 건 학교 계단에 도착하기 직전 체육관 부근을 뛰어갈 때였다. 본능적으로 아내를 껴안았지만, 결국 놓쳤고,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물속이었다. 김씨는 체육관 농구대 위쪽에 있는 난간을 붙잡고 수 시간을 더 버텨서 학교로 피했다.
체육관을 나올 때에도 아내의 모습은 찾지 못했고, 시신 3〜4구와 물고기 사이를 헤쳐 나왔다. 김씨가 살던 동네에 남아 있는 건물은 이 초등학교뿐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혈육을 지키려 한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이와테현 미야코에서는 붕괴된 주택 속에서 할머니와 어린 손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할머니는 이 집에서 수백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도 지진이 나자 손자를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가 함께 희생된 것이다.
또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서는 건물 잔해 속에서 생후 4개월 된 여자 아기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수색에 나선 자위대 군인들이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건물 잔해와 진흙더미를 걷어내자 기적과도 같이 아기가 보였다고 한다.
또 25세의 남성도 지진 발생 96시간만인 15일 오후 극적으로 구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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