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확정 뒤 캐디 앤디 프로저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다.
“그는 내 아내이자 가족이자 형제와 같은 사람이다”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아시안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의 쾌거를 이룬 최경주 선수가 우승 인터뷰에서 자신의 캐디인 앤디 프로저(60)를 두고 한 말이다. 최경주는 사각 드라이버, 홍두깨 퍼터 등 새로운 클럽이 나오면 과감하게 써보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람만은 외골수를 고집한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함께 하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의 16번홀서 “다음 샷에 어떤 일 벌어질지 몰라” 격려
최경주 “9년간 동고동락한 그는 아내이자 형제 같은 사람”
최경주는 현재 캐디인 프로저와는 벌써 9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 스윙코치인 호주의 스티브 밴과는 2006년부터 함께 해왔다.
최경주와 프로저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 9월 유럽투어 독일 매스터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전까지 캐디를 여러 번 교체했던 최경주지만 프로저와는 ‘필드의 동반자’로 9년째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프로저는 13세 때 골프를 시작, 21세 때까지 런던 부근 골프클럽의 소속 프로로 활동했다. 닉 팔도와 1987년 브리티시오픈, 1989년 매스터스를 제패했고 콜린 몽고메리 등 유명 선수들과 유럽과 미국 투어에서 통산 28승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최경주와 7승을 함께했다.
프로저도 자신의 ‘보스’인 최경주를 높이 샀다. 프로저는 “K.J.는 신앙심이 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다. 한국 문화 때문인지 나이 많은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내 의견도 적극적으로 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치아가 좋지 않은 프로저가 큰돈이 드는 치료를 받을 때 최경주는 별도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관계의 힘은 지난 15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16번홀에서 빛났다. 이 홀에서 최경주의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훨씬 벗어난 곳으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볼이 나무를 맞고 길지 않은 러프 지역에 떨어져 한숨을 돌렸지만 최경주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리지 못하고 페어웨이로 레이업해야 했다.
동반 플레이를 펼치던 톰스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올려놓아 이변이 없는 한 우승할 것처럼 보였다. 최경주는 “이 때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경주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캐디인 앤디 프로저였다. 프로저는 최경주에게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다음 샷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격려했다.
프로저의 말대로 톰스의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워터 해저드에 빠져 버렸다. 최경주도 이 홀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파에 그치기는 했지만, 톰스는 보기를 적어내 최경주에게 반격의 틈을 주고 말았다. 경력 31년의 베테런 캐디인 프로저의 말대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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