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 적용..징역 9년 판결
한국 여성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버린 일본인 범인에 대해 일본 법원이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판결했다고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가나자와(金澤) 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27일 한국 여성 강모(2009년 사망 당시 32세)씨를 죽인 뒤 머리 부분을 잘라내 버린 혐의(살인 및 시체손상·유기)로 기소돼 징역 18년이 구형된 이누마 세이이치(飯沼精一.61.무직) 피고인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시체손상·유기죄도 인정했다.
가미사카 쇼(神坂尙) 재판장은 "시신을 해부한 의사의 증언으로는 (강씨의) 사인이 목을 조른 질식사였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피고인에게 살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재판원 재판(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원으로 참여한 40대 여성은 "살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적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씨의 오빠(40)는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증거를 무시한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누마씨는 2009년 6월께 이시카와(石川)현 가나자와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 안에서 강씨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살해한 뒤 흉기로 머리를 잘라냈고, 시신을 트렁크에 넣어 산속에 버렸다.
이 트렁크는 지난해 3월29일 발견됐고, 이누마씨는 4월1일 언론 보도에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경찰에 자수했다.
재판을 지켜본 대한변협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누마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폭행을 하긴 했지만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시신을 잘라 버린 것은 자신의 실수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일본 검찰은 강씨의 머리 부분이 발견되지 않아 질식사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차 안에 남은 강씨의 소변 자국을 근거로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누마씨 측은 질식사가 아니더라도 소변 자국이 남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사건 후 국내 한 방송사는 ‘제주 출신인 강씨가 2006년 일본인과 결혼했다가 실종됐고, 출장 성매매를 통해 이누마씨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사는 또 "하루코(강씨의 일본식 이름)의 삶에는 일본 내 한국인 여성의 위장 결혼, 불법 송출, 범죄에 노출돼 있는데도 보호받기 어려운 현실이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변협 관계자는 "강씨가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했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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