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이상 상담 중 40% 상회… 재혼가정 많아
▶ 배우자 ‘영주권’걸린 경우 학대·언어폭력도
주변의 소개를 받아 5년 전 양모(71) 할아버지와 재혼한 한인 김모(60)씨는 배우자로부터 받은 온갖 협박과 욕설을 참다못해 최근 이혼을 준비 중이다. 시민권자인 남편 양씨는 최근 김씨가 신분문제 해결을 위해 본인과의 위장결혼 사실을 의심하며 욕설과 횡포를 일삼아 이를 견디다 못한 김씨가 최근 상담소를 찾아 이혼을 의뢰했다는 것.
김씨는 “재혼 초기에는 자상하고 따뜻했던 남편이 시민권이 나올 때가 되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더니 폭언을 일삼는 등 온갖 횡포를 부렸다”며 “이러다가 남편이 폭력까지 행사할 것 같아 이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강모씨와 재혼한 이모(68)씨도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얼마 전 이웃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현재 셸터에서 거주하고 있다.
최근 오렌지카운티의 70대 한인 노인이 재혼한 부인과의 가정불화 끝에 할머니를 대로상에서 망치로 무차별 폭행한 뒤 분신자살한 충격적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처럼 60~70대 이상 노인 가정에서의 언어 및 신체폭력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인 상담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60대 이상 한인들의 상담사례 중 가정폭력 관련이 40%가 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담기관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의 가정폭력 케이스의 상당수는 재혼가정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시민권자와 결혼한 배우자의 영주권 등이 걸려 있는 경우 이를 이유로 학대나 언어폭력은 물론 구타 등 신체폭력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타운 연장자센터의 캐서린 문 소장은 “노년층들의 가정폭력 문제는 오랜 기간 부부생활을 하는 가정보다 재혼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재혼한 한인 노인 가정 가운데 한쪽만 시민권이 있는 경우 합법적인 체류신분과 웰페어를 볼모로 배우자에게 상습적인 폭행이나 폭언을 일삼는 행위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노인들의 경우 폭력 가해자인 남편의 이름으로 거주 등록을 해놓는 경우가 많아 남편이 가정폭력으로 형사 기소되거나 할 경우 자칫 피해자인 여성들까지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노인 가정 내 가정폭력이 심각한 또 다른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민사회 내 노년층 한인 남성들의 이탈감과 무기력감 등도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인가정상담소 김소림씨는 “가부장적 제도에 익숙한 60대 이상 한인 남성들이 이민생활 속에서 줄어드는 사회활동과 허탈감의 해소 방법을 가정폭력으로 분출하는 것이 노년층의 증가하는 가정폭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반드시 전문기관을 찾아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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