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을 맞는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안타깝고 가슴 아픈 경험들을 많이 한다. 환자도 환자이지만 그 가족들도 몹시 절박해서 위로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머니가 말기 암 환자인 1.5세 여성이 있었다. 환자의 막내딸인 그는 수시로 전화를 하여 어머니의 상태를 보고하며 지금 당장 무엇을 해달라고 호소하곤 했다. 그럴 때면 호스피스 팀도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이나,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알기에,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강구하곤 한다.
하루는 그 환자를 방문하였을 때, 늘 전화로만 통화했던 막내딸을 처음 보게 되었다. 항상 요구가 많은 까다로운 보호자라고만 생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중에 집에서 간병하는 다른 가족의 연락을 받고 대신 전화하는 연락병 역할을 했던 것이었다.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해 듣고 연락을 했으니 그 자신도 많은 부담을 갖고, 또 그 부담감으로 호스피스 사무실에 많은 요구를 했던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한번은 그에게 어머니의 질병 진전과정을 상세히 의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랬더니 그는 막무가내로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겠다고 마구 화를 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말기 암 환자 가족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호스피스 팀도 답답하고 안타깝다. 하물며 그 가족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죄책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 통화가 있은 지 며칠 후 평소보다 더 다급한 딸의 목소리가 전화로 들려왔을 때, 환자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달려갔지만 이미 환자는 편안하게 숨을 거두는 중이었다. 딸은 “우리 엄마가 잠자 듯 평안해 보여요. 주무시는 것 맞죠?”라며 눈물을 흘리며 어린 아이 같은 표정으로 간호사의 어깨에 기대었다.
호스피스는 환자를 돌볼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환자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고, 환자가 평안한 마음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생을 마무리 하도록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송수미 / 희망 호스피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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