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불안감 절약으로 극복한다”
“누구도 내 미래 보장 못해줘”
젊은층 절약추세 더욱 두드러져
관련정보 제공 사이트 접속 급증
‘대공황’은 낭비를 혐오하고 부채를 악마의 놀이터로 여기는 세대를 탄생시켰다.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이들은 은박지를 모으고 물건은 현금으로 구입하는 등 알뜰 행태를 보였다. 현재의 경기 침체가 대공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제학자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미국인들, 특히 자신들의 생애 최악의 경제를 목격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저축 습관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가처분 소득에서 저축하는 돈의 비율을 의미하는 개인 저축률은 지난 7~9월 분기 중 1.3%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고 지난 1985년에 기록된 두자리 수 저축률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두배 이상 오른 수치다.
무디 이코노미닷컴의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잰디는 1년 후 저축률이 3%에 도달하고 2010년이 지나면 8%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 봤다. “마치 9.11때와 같은 느낌이다. 당시 국가 안보에 위협을 느꼈듯이 경제 패닉으로 재정적인 안정이 위협당하고 있다고들 여긴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인들이 ‘다 떨어질 때 까지 쓰기’라는 과거의 습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USA투데이와 갤럽이 지난 11월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경기침체로 저축을 늘렸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32%였다. 그러나 젊은 층은 비율이 훨씬 높았다. 18세에서 29세 사이의 44%가 저축을 늘렸다고 밝혔으며 30세에서 49세 사이도 3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젊은 층은 할러데이 샤핑 지출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25세에서 34세 사이 젊은 층은 할러데이 샤핑에 평균 377달러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463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액수이다. 전 연령에 걸쳐서는 평균 418달러로 지난해보다 11%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 속에서 저렴한 가격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 소매상의 3분의1 가격에 물건을 파는 펜실베니아의 한 탁송 판매회사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연말은 바쁜데 올해는 더욱 바쁘다”고 상점 관계자는 말했다.
유엔에서 연설문 작성가로 일하는 마리사 코헨(27)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저축을 늘리고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나와 같은 연령대는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정부의 소셜시큐리티는 물론 의료제도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서 자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에 살지만 그녀는 개인 은퇴구좌를 위해 5,000달러를 저축할 수 있었다. 점심은 싸가고 택시 대신 걸어서 출근한 덕분이다.
노스웨스턴 대학 재정학 교수인 조나단 파커는 젊은이들이 현재 경제상황에서 저축을 늘리는 것은 합리적인 행위라고 지적한다. 그는 “젊은이들은 미래의 소득에 위험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며 이것이 저축을 위한 강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을 돕는, 특히 20~30대를 위한 웹사이트 접속량도 폭주하고 있다. 은행구좌와 크레딧 카드 고지서 등 재정관련 데이터를 안내해 주는 Mint.com은 지난 9월 경제 위기가 시작된 후 회원가입 사용자가 두배 이상 늘었다. 또 다른 웹사이트인 ‘Wesabe’도 지나 4개월 사이에 접속건수가 역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모든 연령층의 저축 증가가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규제하면서 빅스크린 TV나 자동차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일이 힘들어지고 있다. 노머니 다운페이와 높은 크레딧 카드 한도액의 시절은 지나갔다. 파커 교수는 “아주 오랫동안은 느슨한 크레딧의 시기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가격과 주가가 떨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재산을 줄어들고 있다. 재산 증가는 지출증가로 이어지게 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이와 반대되는 추세가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저축은 아주 분명한 목표가 되고 있다. 펜실베니아 엑스턴에 거주하는 켈리 월런은 지난 10월을 ‘지출하는 않는 달’로 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11세 이하 아이 4명을 키우고 있는 월런은 자동차 수리비 지출로 바닥난 가족의 비상용 재정구좌를 다시 채우기위해 지출 억제를 실천했다. 그 결과 한달동안 500달러를 저축하고 연말 샤핑용으로 600달러를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아이오와 헉슬리에 사는 작가인 트렌트 햄(30)은 주중 하루와 주말 하루를 ‘지출 없는 날’로 정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정 집행에 어떤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들려준다. 햄과 그의 아내는 독서광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책을 5~6권씩 구입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도서관 웹사이트를 뒤져 필요한 책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독서욕을 충족시키고 있다. 햄은 “이제는 한달에 한권 정도 구입한다. 엄청나게 절약이 되고 있다”고 들려준다.
야후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니타 싱(27)은 자기 친구들 대부분이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출에 대단히 신중하다고 들려준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실업률이 치솟는 가운데 어느 누구도 지금의 직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 상황의 어떤 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돈을 지출하는 방식은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 층은 이전 세대보다 더 교육을 많이 받고 더 벌지만 부채 또한 더 많다. 1985년부터 2005년 사이에 이 연령층의 중간 부채는 44%나 증가했다고 경제전문가 크리스토퍼 솜버그는 밝힌다. 현재 이 연령층은 자산 1달러당 77센트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것이 솜버그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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