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치·고문·강간당했다며 6명 백인 감옥보낸 흑인여성
2007년 9월초 웨스트버지니아주 로건 카운티 쉐리프 당국은 한 익명의 제보전화를 받고 출동했다. 농촌지역 빅 크릭의 한적한 곳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는 초라한 트레일러 홈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형편없는 몰골의 젊은 흑인 여성이었다. 경찰을 향해 팔을 내밀며 쓰러진 여자는 “헬프 미!”라고 울부짖었다. 20세의 흑인 여성 메건 윌리엄스가 밝힌 사건의 내용은 끔찍했다. 당시 경찰 조서에 의하면 6명의 백인이 작당, 윌리엄스를 납치 감금한 뒤 강간했을 뿐 아니라 칼로 찌르고 때리고 대소변과 쥐를 강제로 먹이고 뜨거운 물을 들이 붓고 인종혐오 욕설을 퍼부었다… 분노한 민권운동가들은 항의 시위에 앞장섰고 3명의 여성을 포함한 6명의 용의자들은 10~40년까지의 징역형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인종혐오범죄 항의시위 주도했던 민권운동가들 황당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윌리엄스가 이 모든 게 자신이 꾸며낸 거짓이라며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지난 21일 윌리엄스의 변호사 바이런 팟츠는 짤막한 성명을 통해 “메건 윌리엄스는 이제 진술을 번복한다”고 밝혔다. 팟츠는 죽이겠다는 익명의 협박전화를 받고 있는 윌리엄스는 더 이상 거짓말의 부담을 안고 살기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윌리엄스의 부상 중 얼굴의 상처를 제외하곤 윌리엄스 스스로 면도날로 자해한 것이며 자신을 구타한 바비 브루스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냈다고 팟츠는 전했다. 용의자 중 한명인 브루스터는 윌리엄스의 전 애인이었다.
윌리엄스의 허위진술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사건후 오하이오주로 이주한 윌리엄스는 1월 클리브랜드 흑인신문 ‘더 콜 &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에게 학대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사건을 부풀려 허위진술을 하게했다고 털어 놓았다. 학습장애로 알려진 윌리엄스가 늘 무서워했다는 어머니 카멘 윌리엄스는 금년 6월 사망했다.
팟츠는 윌리엄스는 복역 중인 용의자들이 다 석방되기를 원한다면서 이제 웨스트버지니아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우선 변호사를 통한 진술번복 성명만으로는 법적 절차를 시작하기에 부족하다. 웨스트버지니아 검사연구소 사무국장 필립 모리슨에 의하면 21일의 변호사 성명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윌리엄스가 번복한 것이 아니다. 변호사가 본인을 대신해 말할 수 없다. 본인 자신이 말해야 한다. 그것이 첫 단계다”라고 모리슨은 지적했다. 윌리엄스 자신이 수사관들에게 공식 진술을 한다면 그 후엔 6명의 복역수들이 새로운 증거를 근거로 수사 재개를 해달라는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직 6명 용의자들의 변호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7년 사건을 담당했던 로건 카운티의 브라이언 에이브라함 검사는 21일의 윌리엄스 ‘진술번복’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유죄판결은 윌리엄스의 이야기보다는 피고들 자신의 진술과 물적 증거에 의거했었다는 것. “수사 시작 하루이틀만에 우리는 윌리엄스가 과장을 하고 있고 증거와 그녀의 진술이 안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었다”고 에이브라함은 주장한다.
당시 6명의 용의자는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사전형량 조정제인 플리바겐이 적용되었었다. 브루스터와 브루스터의 어머니 프랭키 브루스터를 포함한 용의자 6명은 모두 전과자였다. 24세였던 브루스터는 12세때 의붓아버지를 총격 살해했고 어머니 프랭키(49)는 94년에 84세 노파를 살해했으며 나머지들도 폭행, 절도, 성폭행 등 전과가 화려했다.
황당하고 민망하게 된 것은 민권운동가들이다. 유명한 흑인민권운동가인 알 샤프턴목사와 ‘정의를 위한 흑인변호사들’이라는 단체는 당시 검찰에 이 사건을 인종혐오 범죄로 다루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메건 윌리엄스를 위한 항의시위 등을 주도했었다. 이들은 윌리엄스를 위해 2만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으며 샤프턴 목사는 윌리엄스 가족에게 개인적으로 1,000달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법적 결과가 나올 지는 아직 예상하기 힘들다. 현재 샤프턴목사는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며 ‘정의 위한…’의 말리크 샤바츠 회장은 윌리엄스의 번복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사실이라면 “웨스트버지니아의 사법 체제와 그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범죄피해자 변호사협회도 앞으로 범죄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신뢰도가 약화될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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