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그린’의 시대이다.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 기존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친환경의 ‘그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친 환경 바람은 드라이클리닝 업계에도 불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옷가지에 한번 씌우고 버리는 플래스틱백 대신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반영구 세탁물 전용 가방으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가주의 한 부부가 개발한 세탁물 가방 ‘그린 가멘토’가 환경 친화적 발명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전국에서 세탁물 플래스틱백 연간 7억개 사용
환경 해치는 일회용 대신 세탁물 전용 가방 등장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한 옷들을 찾고 나면 소비자들은 성가시다. 투명 플래스틱을 일일이 벗겨내는 것도 일이고, 그러다 보면 금새 산더미처럼 쌓이는 플래스틱 백들이 주는 느낌도 편치가 않다. 플래스틱들이 버려져 쓰레기 하치장 땅 속에 묻히면 수백년 동안 매립되어 있으면서 환경에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늦잠을 자서 출근 시간에 늦은 날 아침이면 옷장 안에서 입을 옷을 찾느라 플래스틱 백들 사이사이를 탐험하듯 뒤져야 한다. 그렇게 허둥대다 보면 그 좌절감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 좌절감이 ‘발명의 어머니’가 되었다.
남가주의 릭 시걸(53)이 ‘그린 가멘토’라는 세탁물 전용 가방을 만들어 낸 것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열 받던 그런 아침들의 경험 덕분이라고 부인 제니 니그로시(44)는 말한다. 아울러 부인 제니가 남편의 아이디어에 동조한 것은 환경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남편 시걸은 6피트 4인티의 거구이다. 그의 양복 여섯 벌을 씌운 플래스틱 백만 모아도 차고 안이 그득할 지경이다. 제니는 자랄 때 아버지가 판지 재활용 공장을 운영했다. 그런 배경 탓에 남편의 옷장 안의 드라이클리닝 플래스틱 백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 많은 플래스틱이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때 할리웃의 연예인 매니저였던 남편과 음반업계의 마케팅 카피라이터였던 아내는 뜻을 모았다. 드라이클리닝 할 옷가지를 모아 세탁소로 가져가고 다시 세탁한 옷가지를 담아오는 세탁물 전용 가방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20만 달러 정도의 초기 투자 후 태어난 것이 ‘그린 카멘토’였다. 2008년 6월 첫 ‘작품’이 나왔을 때 부부는 크리스마스 아침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찢어지는 겁니다. 엄청나게 찢어지더군요”
부부는 천당에 올라갔다가 한순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여러 번의 디자인 개선과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4만개의 그린 가멘토를 팔았다. 값은 도매가 5달러, 소매가 9달러99센트. 오는 2011년 7월까지는 추가로 30만개를 더 팔 것으로 기대된다.
부부는 친구들로부터 10만달러를 투자 받았고 지난 3월에는 처음으로 외부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사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한 브로커 기업을 통해 35만달러가 투자되었다. 시글은 외부 투자를 총 90만 달러 유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린 가멘토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탁업계의 문화를 친환경적으로 바꿔 놓고 싶은 것이다.
그린 가멘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 뿐 아니라 드라이클리닝 업계 전반의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래스틱 백이 아니라 두고두고 쓰는 세탁물 전용 가방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탁물과 아울러 가방의 향방을 추적하며 제 주인에게 돌아가도록 챙겨야 한다.
그린 가멘토가 드라이클리닝업계에 등장한 최초의 전용 가방은 아니다. 예를 들면 콘버타 백이라고 불리는 나일론 가방이 이미 나와 있다. 그린 가멘토는 원유 찌꺼기에서 추출한 재활용 성분인 폴리프로파일린으로 만들어졌다.
이들 전용 드라이클리닝 백들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시걸 부부는 말한다.
드라이클리닝과 세탁 연구소의 지난 2005년 센서스 분석에 의하면 미국에서 매년 세탁소에서 전문적으로 세탁되는 의류 및 기타 품목은 총 14억 점에 달한다. 대부분 세탁소가 플래스틱 백 안에 두점 정도의 품목을 넣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매년 7억개의 플래스틱 백이 세탁물 포장용으로 쓰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게로 따지면 총 1억3,100만 파운드에 달하는 플래스틱이다.
플래스틱 백 한 개의 가격은 5-8센트. 굳이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경비를 생각하더라도 세탁업주로서는 뭔가 다른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이다.
뉴저지, 버나즈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제이슨 레이퍼는 지난해 11월부터 그린 가멘토를 고객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우선 세탁물 집배 서비스 고객 73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는 세탁물을 플래스틱 백에 담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고는 고객들에게 세탁소 로고가 새겨진 그린 가멘토 가방 두 개씩을 배달하고, 개당 7달러를 부과했다.
이들 730명의 고객 중 그린 가멘토 사용을 거부한 사람은 29명뿐이었다. 반면 그 두배에 달하는 고객들로부터 정말 좋은 생각이라는 칭찬의 전화를 받았다. 그 이후 6개월 여 동안 그는 플래스틱 백 소비를 6만9,020개 줄일 수 있었다. 35% 이상 줄인 것이다.
미 전국의 세탁소에서 그 정도씩 플래스틱 사용을 줄인다면 그 효과가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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