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포된 10명 유죄시인 후 추방·러 억류 4명 송환 “냉전후 최대규모”
냉전 후 전례없는 최대 규모의 러시아와 미국의 스파이들이 맞교환됐다.
지난달 27일 뉴욕과 보스턴 등 미 전역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러시아인 10명은 8일 뉴욕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첫 재판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에 따라 담당판사는 이들에게 즉각 러시아로의 추방명령을 내렸다.
연방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들의 유죄시인은 미국을 위한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에 잡혀 있는 4명과의 맞교환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속전속결로 치러진 이날 첫 인정신문을 담당한 킴바 우드 연방판사는 이들의 유죄 시인은 양국간의 협상에 따른 것이라면서 러시아 정부는 억류중인 4명을 미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10명의 혐의자들은 강한 러시아 액센트 또는 떠듬대는 영어 발음으로 각자 유죄를 시인했다. 이어 판사는 이들에게 지난 6월27일 체포된 이후 이 날까지의 날짜 만큼 실형을 선고한 후 추방명령을 내렸다. 이들 스파이들은 이날 러시아 정부에 인도돼 러시아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맞교환되는 4명의 러시아 억류 스파이들의 신원은 러시아 핵잠수함 기술 등 군사기밀을 미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고르 수티아긴 이외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 또는 구소련 정보 또는 군 관계자들로 서방 정보원들에게 러시아의 핵 잠수함등 군사기밀을 전달한 혐의로 체포돼 상당기간 수감 생활을 해왔다.
군축전문가 출신인 이고르 수티아긴은 모스크바의 감옥에서 풀려나 항공기편으로 8일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이에 대해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은 “수많은 수사관들과 정보관련 법률 분석가, 검사들이 수년 간에 걸쳐 추적했던 독특한 사건으로 오늘의 결정은 미국과 국익 차원에서 성공적 해결책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맞교환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전문가로 국가안보위원회에 재직했던 스테픈 세스타노비치는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소위 ‘체포 후 추방’ 정책이 과연 체포된 스파이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캐냈느냐에 대한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맞교환되는 서방 스파이 혐의자들은 이미 장기간 복역했던 인물이지만 이번에 러시아로 추방되는 러시아 스파이들은 불과 10여일의 감옥생활 끝에 송환된 것이어서 이에 대한 정보계의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유죄를 시인한 10명 중 5명은 미국식 가명을 사용하지 않고 러시아 본명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의 미국내 자녀들 역시 부모와 함께 러시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내 출생해 자동 시민권자가 된 자녀들의 체류문제에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스파이 혐의를 시인하고 러시아로 추방된 10명의 스파이 중 한 명인 애나 챔프맨이 뉴욕에서 찍은 사진을 한 웹사이트에 올린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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