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올림픽의 모토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이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더 많은 라이크라, 더 많은 하이테크, 더 많은 기구들’로 바꿔야 될 판이다.
얼마 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렸던 미국 올림픽 수영대표팀 선발전에 출전한 선수들이 하이테크 수영복을 입고 좋은 기록을 작성, 기술혁신에 대한 논란의 불길에 다시 한 번 기름을 부었다.
일부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불법으로 복용하는 스테로이드나 각성제와는 다르게 새로운 유니폼과 운동구 및 훈련시스템의 사용은 합법이다. 봉고도의 세계기록을 단숨에 경신한 화이버글래스 소재의 장대가 그 좋은 예다.
하지만 금년 올림픽은 그 어는 대회보다 기술혁신이 두드러진 대회가 될 전망이어서 개막 전부터 우려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럼 이같은 첨단 테크놀리지는 과연 좋은 것인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경기에 공정한 것인가. 또한 이 테크놀리지는 부유한 국가의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어드밴티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인디애나폴리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부분 유명한 수영복 제조업체 스피도에서 제작한 내의처럼 위아래가 붙은 ‘샥스킨’수영복을 착용했다. 스피도측에서는 "’샥스킨’수영복이 종전의 최소면적의 수영복보다 물의 저항을 감소시켜 3퍼센트정도 스피드를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33세의 다라 토레스는 스피도에서 개발한 목에서 발목까지 온몸을 덮는 신형 수영복을 입고 출전, 100미터 접영에서 미국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대회관계자들은 하이테크 수영복과 기록경신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제 기록향상보다는 선수들에게 주는 심리효과가 클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수영연맹에서 새로 개발된 수영복을 불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이유도 이같은 수영복이 기록을 향상시킨다는 실제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올림픽 수영선수 마크 스피츠(50)도 하이테크 수영복의 기록향상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스피츠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무려 일곱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머리와 가슴털을 모두 면도한 선수들을 상대로 더먹머리에 콧수염까지 기르고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휩쓸었다.
스피츠는 일부 유명선수들이 하이테크 수영복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이들이 수영복회사로부터 후원을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수영복회사가 많은 돈을 준다면 나는 털달린 수영복도 입을 것이다"
스피츠는 이렇게 농담한다.
유니폼을 둘러싼 논란은 육상계도 마찬가지다.
육상용품 제조업계에서는 지금까지 육상신발 연구에만 치중하다가 근래들어서야 육상복 개발에 눈을 돌렸다.
나이키는 모자가 달린 육상복을 개발, 선보이면서 "이 육상복은 공기의 저항을 줄이도록 디자인됐다"고 밝혔다. 만약 나이키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승부가 불과 몇 인치차이로 판가름나는 단거리육상에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하이테크의 열풍속에서도 사이클링 종목만은 재래를 고집하고 있다.
국제 사이클링연맹은 최근 "앞으로 모든 경주용 자전거는 저렴하고 같은 구조의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테크놀리지에 민감한 미국팀은 국제 사이클연맹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 즉 자전거 바퀴살의 수를 다섯 개보다 세 개로 하는 것이 속도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팀이 120만달러를 들여 20대의 하이테크 자전거를 특수 제작하는등 요란을 떨면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수확이 고작 은메달 한 개였던 것을 보면 스포츠에서 분명 테크놀리지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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