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잭슨하이츠의 콜럼비안 라이온스클럽 올랜도 토본 회장은 "한인과 히스패닉은 함께 일하고 같이 가야할 친구"라며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3년 전 콜롬비아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인들이 구호금품을 모아 주었던 고마움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그는 말했다.
앞으로 한인과 히스패닉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떤 면에 신경을 써야 할지를 미루어 짐작케 하는 좋은 예다.
한인들이 주로 진출한 식당과 델리, 봉제, 청과 업소 치고 히스패닉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3~4년전만해도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팍 브로드애비뉴에는 노동력을 찾는 한인 업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에 히스패닉 인력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인들은 비슷한 광경을 수시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히스패닉을 ‘쉽게 부릴 수 있는’ 소수계로 판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고정 편견’이 한인 고용주와 히스패닉 종업원의 갈등으로 연결돼 노사 문제로 비화하는 예가 많다는데 있다.
지난 2년간 맨하탄 소호빌리지 지역에서 거세게 일어났던 노조 문제는 히스패닉 종업원에 대한 차별과 저임금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소호빌리지 한인상인번영회 회장이었던 김재일씨는 "한인 업소들이 저임금과 오버타임 수당 미지급, 차별적 행동 등 종업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무관심했고 이 틈을 노린 노조의 개입이 발단이 됐다고 본다"고 진단한다.
익명의 한 한인업주는 "한인 고용주 및 매니저들이 한국어로 히스패닉 종업원에게 욕하고 임금이나 업무에서 한인과 차별을 두는 경우가 많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차별적 노사 관행으로 한-흑 갈등과 같은 한-히스패닉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한인들도 많다.
최대 소수계로 부상한 히스패닉이지만 출신 국가가 다르고 인종 차이로 지금은 서로 뭉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계기가 주어지면 함께 힘을 합쳐 한인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거주 히스패닉은 멕시코 출신이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남미 국가가 14.5%, 푸에르토리코 9%, 쿠바가 4%를 각각 차지한다.
뉴욕 경우 퀸즈 코로나 지역은 도미니카, 잭슨하이츠는 콜롬비아, 브루클린은 푸에르토리코, 뉴저지 북부는 쿠바 출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력과 정치력이 향상되는 히스패닉이 인권 의식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가 달라진다.
뉴욕주 아이오나대학의 김기석(심리학) 교수는 "위계 질서에 익숙한 한인들이 노사 관계를 수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은연중에 나타나고 있다"며 "한인과 히스패닉 관계를 지금부터라도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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