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식당가서 치즈 코스 인기, 따로 전담 직원까지 두고 서브
치즈라면 식전에 칵테일을 마실 때나 조금씩 먹는 줄로 알아온 미국 사람들이 요즘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후식으로 치즈를 먹기 시작했다.
5년 전만해도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를 한다는 식당에서조차 독립된 치즈 코스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요즘 뉴욕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마호가니와 은으로 만든 카트에 치즈를 싣고 다니는 알랭 듀카스부터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조그만 쿡스 코너에 이르기까지 뉴욕 시 전체의 식당이 치즈를 놓고 법석을 떨고 있는 가운데 손님들은 희한한 치즈 맛을 보는데 기꺼이 몇십분의 시간과 10~20달러씩을 더 쓰고 있다. 지방 때문에 치즈를 기피하던 칼로리를 따지는 손님들조차 요즘은 다른 디저트 대신 치즈를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당마다 포도주처럼 치즈만을 전담하는, ‘프로마저’ ‘치즈 소믈리에’ ‘케이브 매스터’ 등으로 불리는 직책이 생기고 있다. “치즈에 대해 훨씬 유식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고 말하는 사브리나 조단은 피터 컴프 요리학교에서 치즈 요리에 대해 가르치는데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하면서 요리 전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고 사치를 누릴 능력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뉴욕의 피터 컴프 요리학교의 경우 작년에 3개이던 치즈 클래스가 올해는 15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은 열정이 앞서는 단계로 막상 식당에서 치즈를 주문하려면 무엇이 무엇이고, 어느 포도주에 어울리며 치즈 주문을 따로 받는 사람을 무어라 불러야할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GQ의 요리 칼럼니스트 앨런 리치먼은 “미국 사람을 치즈 메뉴가 따로 있는 식당에 데려가는 것은 프랑스 사람을 야구장에 데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운 빠지는 일”이라고 쓴 적이 있다.
뉴욕에서도 가장 앞선 치즈 메뉴를 갖추고 있는 아르티자날은 메뉴에 그 치즈의 원료가 된 젖이 소젖인지, 염소젖인지, 양젖인지를 표시해 놓고 있지만 손님들은 치즈 이름도 모르는 채 “이 집에서 제일 냄새가 고약한 걸로 주세요”라는 식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치즈라면 한 장씩 따로 포장된 ‘크래프트’나 스프레이 깡통에 든 스프레드 같은 것이나 먹던 미국 사람들이 갑자기 치즈를 산지별, 종류별로 가려먹는 법석을 떠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미국 치즈’라는 책을 쓴 로라 월린은 “그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이라고 말한다.
수요가 있어서 치즈 제조업자들이 공급을 하는 것인지, 제조업자들과 식당들이 치즈를 내놓으니까 미국 사람들이 먹기 시작한 것인지 모르지만 지난 2년 사이에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유럽에서 수입되는, 생우유를 전통적 방법으로 소량 제조하는 치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1999년에 85종이던 것이 2001년에는 147종이 됐는데 유럽에서 생우유로 만든 치즈는 최소한 60일 이상 숙성해야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으므로 미국에서 신선한 프랑스제 카망베르 치즈는 합법적으로는 맛볼 수 없다.
한편 식당에서 치즈 코스의 형태도 다양하다. 치즈를 카트에 싣고 다니며 고르게 하는 곳도 있고 유리창 안에 넣어놓아 보기만 하게 하는 곳도 있다. 치즈만 3가지를 고르면 15달러, 5개면 20달러로 균일가인 곳도 있고 치즈에 사과나 호두, 토스트한 빵 조각, 샐러드 등을 곁들여주는 곳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치즈이므로 아무 것도 없이 달랑 치즈만을 내놓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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