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자 오피니언란에 실린 어느 독자의 글 ‘1.5세를 바라보는 1세들의 자세’를 읽었다. 최근 한인 청소년회관과 한인 가정상담소의 합병보도를 접하면서, 1.5세 자녀를 둔 그 독자의 자식에 대한 염려와 애정이 깃들어 있는 좋은 글이었다.
우리 이민 1세들 대부분은 미국에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영어라는 언어장벽 때문에 주눅이 들어 활동범위를 좁히고 그 속에서만 살아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우리의 자녀들인 1.5세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니 영어도 익숙해졌고, 사고방식, 행동들도 1세들과 많이 달라졌다. 그러한 변화들은 모두 1세 부모들에게 대견스럽게만 여겨졌고, 특히 그들이 하는 영어는 멋있고 유창하게만 들렸다.
그러한 자식들이 자랑스러운 나머지 일부 부모들은 운전을 갓 시작한 자녀들에게 BMW나 포셰 같은 사치스런 차를 사주는 일도 생겼고, 그래서 미국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BMW는 ‘버릇없는 한국 애들의 차(spoiled Korean kids’ car)’라고 불린단다.
흔히 1.5세대를 한국도 알고, 미국도 아는 세대라고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도 제대로 모르고, 미국도 제대로 모르는 세대라고도 표현한다. 1.5세들 중에는 당당히 주류사회에 나가 어깨를 겨루는 인물도 많이 있는 반면, 한인 커뮤니티에는 영어다운 영어가 아닌, 한국식 영어를 쓰는 1.5세들도 꽤 있다는 것을 우리 부모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또 1세들의 강한 뿌리의식과 헌신적 희생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비하하는 표현을 공공연히 하는 한인 커뮤니티내의 1.5세들에 대해서도 종종 보고 듣는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그들을 한국도 알고 미국도 아는 세대로 보다는, 한국도 제대로 모르고, 미국도 제대로 모르는 세대로 키운 우리 1세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또한 우리가 상상했던 만큼의 실력을 쌓지 못한 우리 자식들을 과대평가했던 우리 1세들의 무지의 탓도 크다하겠다.
몇년전 나는 한인 이민박물관을 위해 자원봉사를 한적이 있다. 1.5세들에 대한 나의 재평가는 그때 한인 커뮤니티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들이다. 1세들이 설립하고 잘 운영해오던 단체가 1.5세들에게 맡겨졌다가 문을 닫거나, 실질적인 기능을 못하고 있는 예도 나는 잘 기억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1세들의 열성과 희생으로 모금했던 이민 박물관 기금은 1.5세들에게 맡겨진지 서너달만에 바닥이 나서 몇년동안 기능마비 상태이고, 1세들이 신청했던 정부기금 25만달러가 최근에 지급되면서 그것이 봉사단체 공동빌딩을 구입하는데 큰 몫을 했는데, 각 한인신문에는 “1세들은 모이면 감투싸움만 하는데, 1.5세들은 드디어 해냈다”고 대서특필 했다. 지금까지도 이민박물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1세들이 세워서 자녀들의 건전한 뿌리교육에 오랫동안 많은 공헌을 했던 청소년 캠프(KAYF)라는 단체도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던 1.5세에게 물려주면서 지금은 그 자취도 없어졌다. 이번 한인 가정상담소 문제도 결국은 실력으로 준비가 된줄 과대평가 되었던 1.5세들에게 맡겼다가 파산 직전에 다다른 것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이러한 예들이 속출한다면 어떻게 한인 커뮤니티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 1세 부모들은 우리의 자녀들, 즉 한인 커뮤니티안에서 활동하는 1.5세들을 바로 알고 재평가해야 할 때다. 1.5세들에 대한 과대평가나, 1세들에 대한 과소평가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서로의 신뢰와 존경을 구축하며 우리 커뮤니티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6일자 독자의 글대로 “좋은 대학교와 대학원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직장의 반도 않되는 봉급을 받으며 오직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신념으로 자원해서 우리 커뮤니티로 들어”오는 이들이 한인 커뮤니티에 많아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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