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에세이
▶ 조윤성<부국장·국제부 부장>
애리조나주는 은퇴노인들의 천국이다. 날씨가 건조해 신경통에 좋은데다 노인친화적인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많은 은퇴자들이 마지막 거주지로 이곳을 택한다. 피닉스 인근의 선시티 웨스트라는 동네도 전형적인 은퇴촌이다.
그런데 최근 이 동네 경찰들의 낯을 뜨겁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 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성행위’를 하다 경찰서로 연행돼 오는 노인커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 대담한 ‘노인 풍기사범’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주차장, 공원벤치는 물론 스파에서도 남의 시선 아랑곳 않고 버젓이 일을 벌인다. 하도 이런일이 자주 발생하니까 당국이 "제발 방에서들 하시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하고 나섰을 정도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노인들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이처럼 ‘활발해진 성’이 아닐까. 노인 풍기 사건은 은퇴촌에서 몇 년전까지만 해도 그리 흔한일이 아니었다. 그러던게 요즘들어 이런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말이 노인이지 요즘 청년같은 젊음을 유지하는 고령자들이 어디 한둘인가. 또 ‘바이애그라’다 뭐다 해서 갖가지 성기능 향상제가 쏟아져 나와 노인들에게 잃었던 청춘을 되찾아 주고 있다. 보건당국의 설명을 들어 보니 노인들의 성병감염률도 부쩍 높아졌다는데 다 ‘하늘을 볼수 있게 된’ 당연한 결과이지 싶다.
노인들의 성은 활발해지고 있으며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더욱 그럴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을 바라보는 눈이다.
미국인들만 해도 노인 성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보다 훨씬 열린 시각을 갖고 있다. ‘정력의 화신’으로 살다 얼마전 죽은 앤소니 퀸은 80노인으로 20대 젊은 여성 여러명과 사귀고 결혼하면서 아이까지 낳았다. 그런 그가 화제는 됐어도 이상한 호기심이나 손가락질의 대상은 되지 않았다. 또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70 훨씬 넘은 밥 도울이 ‘바이애그라’ 대변인으로 나서 그 효능을 열심히 설명해도 체면 깎이는 일로는 여기지 않는게 미국인들이다.
이에 비해 한인들 사이에는 성을 조금은 음습한 것으로 여기고 특히 노인들의 성문제는 거론하는 것 자체를 주책 맞은 일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몸이 자라면 옷을 바꿔 입어야 하듯 현실이 달라지면 인식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 노인들의 성이 바로 그렇다.
꼬부랑 노인이 돼도 성활동을 컨트롤 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한창때의 80% 정도 남아 있다는 과학적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노인들의 성이 지금보다 훨씬 존중되어야 할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들에게 성은 젊은이들보다 더욱 중요할수 있다. 신체의 쇠퇴과정에서 마지막 즐거움을 줄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삶을 지탱시켜 주는 버팀목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아직도 성생활을 하는 노부모를 모시고 있다면 자식으로서 창피한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로 여겨야 한다. 그만큼 그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반증이니까 말이다.
이제 한인사회에서도 이런 변화에 맞춰 노인들의 성 담론이 한층 양성화 돼야 한다고 본다. 노년기 부부의 바람직한 성생활을 위한 강좌를 마련해 본다면 어떨까. 또 홀로된 노인들이 ‘왕성한’ 성적 욕구를 건전하게 배출시킬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도 좋을 것 같다. 때만 되면 노인들을 찾아 고전무용을 보여주는 잔치도 좋지만 이제부터는 조금은 ‘도발적인’ 경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인의 성. 아직은 어색하지만 모른척 하고만 있을 문제는 아니다. 이를 애써 외면만 하다 보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그만큼 노인들의 성혁명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백발이 성성해도 가슴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확실하게 보고 있다. 흰눈이 지붕을 덮었다고 집안 벽난로의 불꽃이 꺼지는 것은 아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