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영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와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테러 조직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제 남은 시나리오는 지상군을 투입, 빈 라덴과 그의 조직을 붕괴시키고, 북부 반군과 해외에 망명해 있는 전국왕을 불러 탈레반 이후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미국은 공습 전날에 우즈베키스탄에 제10 산악사단을 배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지상군이 험악한 산악지형을 어떻게 극복하고 테러 조직을 소탕하느냐 하는 점이다.
아프간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 몽골의 징기스칸, 대영제국, 소련등 당대에 최대의 군사 대국이 점령에 실패했던 난공불락의 요새 국가다. 그렇지만, 세계역사를 뒤져볼 때 아프간을 가로질러 파키스탄 북부를 점령한 나라가 있으니, 다름 아닌 중국의 당나라였고, 그 군대를 이끈 사람은 고구려 후예였던 고선지(高仙芝)장군이다.
고선지 장군은 8세기 중엽에 안서(安西) 절도사를 맡고 있었다. 그 직책은 중국 신강성과 감숙성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를 통치하고, 중국에 대항하는 종족을 복속시키는 일이었다.
당시 티벳이 강대해져 중국 변방을 위협하고, 소발률국(小勃律國)의 왕 찬드라피타는 당나라를 배반하고 티벳에 붙었다. 소발률국은 파키스탄 북부 길기트와 훈자마을을 중심으로 카슈미르와 아프간의 일부를 통치하던 산악국가였다.
서기 747년 고선지는 당 현종의 칙명을 받아 소발률국 점령에 나섰다. 그는 1만명의 정예부대를 이끌고 파미르 고원을 출발, 힌두쿠시 산맥을 넘었다. 그의 행군 경로는 지금의 타지키스탄에서 아프간 북부를 지나 파키스탄의 길기트에 이르고 있다. 소발률국의 왕은 설마 당군이 험준한 산을 넘어 올줄 모르고 방심하다가 결국 항복했다.
KBS TV는 당시 고선지 장군의 행군 경로를 추적하는 특집프로를 지난 1월에 방영한 적이 있는데, 그가 넘은 산맥은 해발 수천m가 넘는, 세계적으로 험난하기로 유명한 설산으로 프로 산악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등반하는 그런 코스였다. 지금 아프간과 파키스탄 지역은 고선지 이외에도 신라의 승려 혜초(慧超)가 지나갔던 길이다. 혜초스님은 왕오천축국전에서 힌두쿠시를 넘으면서 “물소리가 무섭다”고 썼다. 산악이 얼마나 험준한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오렐 스타인은 고선지의 전적지를 직접 답사한 뒤 그를 “알프스를 넘은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나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능가하는 역사상 가장 우수한 천재 전략가”라고 평가했다.
고선지는 3년후에 아프간 북부의 토하리스탄 왕국의 요청으로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파키스탄 공격에 성공했다. 토하리스탄은 미 공군이 최근 공격한 쿤두즈 지역을 거점으로 한 왕국이었다. 고선지는 이어 이슬람 세력과 동조하고 있던 타슈켄트의 석국을 굴복시켰으니,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이다.
이로써 고선지 장군은 중국의 타림분지(신강성)를 안방으로 해서, 타슈켄트와 쿤두즈, 카불, 카슈미르의 주군이었고, 사실상 중앙아시아의 중국 총독으로 행세했다. 지금에 와서 1,300년전의 먼 역사를 돌이켜 보자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의미가 있다.
그 첫째는 미국의 지상군이 아무리 험준한 산악지형이라도 승리할수 있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에서 입증하자는 것이다. 영국과 구 소련은 아프간 공격에 실패했지만, 미국은 고선지 장군의 전술을 한번쯤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둘째, 오늘의 전쟁을 보면서 일찍이 우리 피가 흐르는 장군이 아프간과 파키스탄 지역에서 승전한 역사적 자취를 되짚어 보면서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갖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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