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본격적인 전쟁에 들어가면서 뉴욕 시에도 최상급 비상경계령 오메가가 내려진 가운데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후속테러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다리와 터널 등의 검문 검색이 강화되고 경제 불황의 소리가 들려오고 우리의 행동반경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교통 대란 속에 장거리 여행은 엄두를 내기 힘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연이나 행사는 취소되는 등 뉴욕거리를 마음껏 활보하던 걸음을 주춤거리게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 될지 모르는, 길고도 지루한 전쟁으로 예견되는 이 불안의 시대를 모든 사람들이 다함께 치르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어야 이 시기를 잘 견디어냈다고 훗날 말할 것인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 테러 사고가 나던 날, 가을 하늘은 얼마나 새파랗고 청명한 지, 맑기만 한 하늘이 야속할 정도로 우리는, 그날이후 다시는, 웃고 떠들지 못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도 우리는 하루 세 끼를 찾아 먹었고 졸리면 침대에 올라가 잠을 잤으며 꼬박 꼬박 직장에 출근하여 일을 하였다.
사소한 습관, 하찮은 일상이지만 생활의 냄새가 진하게 날 때 왈칵 산다는 것에 대해 가슴이 찌르르 할 때가 있다.
낯선 동네의 작은 소읍을 기웃 기웃 거리거나 한적한 시골길, 동네 한바퀴를 돌다가 만나는 창가에 내놓은 잘 손질된 화초, 앞뜰에 심어놓은 큰 나무 밑 작은 들꽃들, 마당에 매인 줄에 걸린 새하얀 빨래, 열린 창가에 나풀거리는 레이스 커튼 한 자락 등 이런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참으로 소중하다.
생화학전, 경제 불황 같은 그런 것은 아무리 걱정하고 미리부터 겁내해도 평범한 우리 민간인들이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군인과 공무원, 정치가에게 그런 것은 맡겨버리고 우리들은 더 이상 불안과 공포를 자초하는 대화를 나누지 말자. 화초에 물을 주고 마당의 낙엽을 쓸고 궂은 날이면 부침개를 따끈하게 부쳐먹자.
그리고 농담을 즐겨하는 거다. 이마를 찌푸리고 있지 말고 재미있는 농담으로 남도 웃기고 나도 박장대소하는 거다.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다리 건너는데 세시간! 전쟁터 나간 군인도 있는데 이런 것쯤이야”하고 대범하게 넘기고 “화생방 테러고 뭐고 오면 오는거지 뭐” 하는 의연한 태도로 대처하며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어버리는 것이다.
웃는 가운데 긴장상태가 없어지고 얼어붙으려는 마음이 녹아버린다.
최근 한 잡지를 읽다가 “당신은 삶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퀴즈를 읽었다.
(1)어리석은 행동으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는가? (2)바보처럼 행동한 일에 주위사람들이 웃은 일이 있는가? (3)주위의 긴장 상태를 농담으로 돌려버린 적이 있는가? 만일 이 질문 중 하나라도 “예스”라면 당신은 유머 센스를 갖고 있고 스트레스의 영향을 경감시키는 쪽이다. 이런 사람들은 요즘 같은 공황 장애 시기에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천재희극왕 찰리 채플린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허영심을 상징하는 콧수염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헐렁한 바지, 오리걸음으로 30년대의 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시기에 대중들을 웃겨주었다.
비록 징병은 기피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을 인간의 보편적 삶을 다룬 페이소스와 유머로 울다 웃게 만들었다. (아스토리아 무빙 이미지 뮤지엄에 가면 대화도 없고 음악도 빈약하지만 넘어지고 일어나고 걷어차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찰리 채플린 무성영화를 볼 수 있다.)
요즘 나는 나를 웃겨주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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