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훔쳐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신뢰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이 인간에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앗아가는 행위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허탈에 빠지게도 한다.
9.11 참사가 일어난지도 한달이다.그토록 청명하고 따스한 초추의 양광이 대지를 감싸던 아침, 수천명의 무고한 생명과 수천억달러의 자산을 그리도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말살해버린 테러행위는 인간이 자기애(自己愛)를 버릴 때 저지르는 최악의 혐오행위를 우리는 목격했다. 미국과 모든 지구촌 가족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불안에 떨게 하며 미래로 향하는 밝은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이다.
감수성이 강한 젊은이들을 성전(聖戰)이라는 명목하에 세뇌하고 공작과정을 거쳐 죽음이 곧 저들의 신(神)을 받드는 최고의 행위로 믿게끔 만드는 테러집단의 괴수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힘이 없는 자의 세상을 향한 마지막 발악행위일지라도 저들의 자살행위가 무고한 숱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타살행위와 동일시되고 정당화되는 이 믿음은 무슨 신을 믿길래 그럴 수 있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얼굴 없던 테러리스트들의 실체를 사진을 통해 보고 있다. 적은 결국 내부에 있었고 그들은 지원자금으로 학교도 다니고 파티도 즐기며 우리 속에 살고 있었던 사실은 더욱 더 경악시키고 경각심을 가일층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어느 대학교수의 웃음진 사진이 오버랩 되고 있다.
8.15 경축행사가 있었을 때 평양 방문 후 만경대를 찾았던 좌경적 사상 교수로 분류되던 그 교수의 미묘한 웃음에서 대한민국의 국체를 배반하고도 자성하는 기색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그런 행위의 정당성을 만천하에 보여주듯 뻔뻔스럽게도 웃음을 머금은 채 공항을 빠져나오고 있지 않았던가.
지금은 그 사건의 관련자 처벌이 어떻게 되었는지 세무조사에 고개 숙인 한국언론에는 반짝 기사로 등장한 후 논급이 없다. 그것은 마치 영해를 지나간 북한 상선이 물 위를 한 번 흔적도 없이 지나갔다고 논평하던 정치지도자를 가진 한국은 지금 내부의 적이 얼마나 있는지 관심 조차도 없고 인공기가 게양되고 한반도기가 나부끼는 한국의 가을하늘을 생각케 하고 있다. 우리의 태극기는 어디 있는가!
국무성의 고위 관리였던 ‘리처드 홀부룩’은 이번 사건의 배경 설명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락 그리고 북한을 테러집단 지원국가로 지목하고 있었다. CIA의 보고서에도 있다고 언론에서는 뒷받침하고 있는 요즘, 1.21사태, 아웅산 테러, KAL 폭파사건을 저지른 테러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북한은 9.11사건이 터지자 극적인 타이밍의 재주를 또 보여주듯 부랴부랴 남.북 장관 회담 재개를 먼저 제의하고 테러참사에 대한 애도 표시까지는 좋다고 치더라도 저들이 저지른 테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사과 한번 없는 그들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민족통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묵살하는 정부의 태도는 또 무언가.
수백만의 인명이 희생되고 국토가 초토화된 6.25 남침전쟁을 실패한 무력통일로 보는 시각은 아무리 평화통일 달성을 위한 보조 수사어로 썼다고 감안하더라도 정권 초창기 한창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북침설과 오십보 백보의 역사의식 동질성이 엿보여 아연하고 있다.
인간 사이의 신뢰 구축도 힘들지만 신뢰를 저버리는 사람, 인간 사이의 사람 쌓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사랑을 저버리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이웃에 기생하는 내부의 적들이 더욱 무섭다는 교훈을 9.11 참사를 통해서 우리가 새롭게 인식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이 엄청난 재난에서 얻은 한가닥 위안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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