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망대
▶ 신기욱 스탠포드대 사회학·국제학 교수
UCLA에 재직할 때 한 학생에게 UCLA에 온 이유를 물었다.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자기는 어려서 부터 UCLA 농구팀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스탠포드의 한 학생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도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스탠포드로 오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름다운 캠퍼스와 온화한 날씨 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지원하고 선택할 때를 생각해 보면 이들의 당당한 모습이 한없이 부럽다. 표준화된 시험 성적순에 따라 대학을 결정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요즘 학생들은 정말 자기 주장이 강하고 똑똑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대입 자녀를 둔 가정은 입학여부에 관한 통보를 받고 대학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고등교육은 한사람의 진로와 인생의 방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침으로 대학을 잘 선택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표준화된 시험성적에 따라 일정한 순위가 매겨져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학은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큰 반면 결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입시준비를 위해선 학원에 보내기도 하고 전문가의 조언도 듣는 등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도 하면서 막상 대학을 선택하는 데 있어선 단순해 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식으로 대학 순위에 예민한 학부모일수록 대학의 명성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내 자녀의 적성과 성격 및 능력 또 재정적 상황들을 신중히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미국 대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모두 경험해 봤다. 미국대학은 나름대로의 특성과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어 단순비교가 쉽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전체적인 수준에서 대학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은 매우 다양하므로 한국처럼 표준화된 시험성적에 따라 획일화된 대학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
우선 사립대학은 대체로 학생 개개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지만 학비가 비쌀 뿐 아니라 다양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 반면 공립학교는 저렴한 학비에 UC 계열처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만 대형강의에 경쟁이 치열하고 교수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 또한 미국대학은 들어간다고 해서 다 졸업하는 것이 아니며 이점도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
4년제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기가 어렵거나 아니면 진학하더라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주니어 칼리지에 가서 대학생활에 적응한 후 4년제 대학으로 옮기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한국의 전문대학정도로 보는 것은 큰 잘못이다. UC 계열 대학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원의 약 2/3정도만 고교 졸업생에서 선발하고 나머지는 편입생으로 충원하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주니어 칼리지 출신이다.
대학선택을 하는데 있어 자녀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도 중요하다. “--대학만 들어가면 집을 팔아서라도 보내주겠다”는 식의 무조건적 자식사랑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같은 부모의 강권으로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다. 간혹 발생하는 명문대학 한인학생의 자살 소식은 이같은 스트레스에 기인한 경우가 많다.
미국은 매우 훌륭한 고등교육제도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입준비 못지 않게 내게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거나 고려하고 있는 대학을 방문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남에 맞는 옷이 내게도 꼭 좋은 것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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