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로비아 3백파운드 흑곰 빌리 가로수 위서 경찰과 대치
가끔씩 야생곰이 출몰하는 도시 몬로비아가 23일에는 하루종일 곰과의 전쟁(?)을 치렀다. 아보카도를 따먹기 위해, 혹은 주택쓰레기통을 뒤지러 22일 자정께 주택가에 내려왔던 약 300파운드 무게의 흑곰 한 마리가 산으로 도망치는 대신 주택가의 나무꼭대기로 도피하는 바람에 경찰, 주수렵국 직원, 마을 주민과 어린이들을 바짝 긴장하게 한 것.
어린이들이 빌리로 부르는 이 곰과 보도진까지 포함된 ‘인간’들과의 대치는 무려 14시간이나 계속됐고, 결국 빌리는 마취화살에 맞고 졸도한 상태로 픽업트럭에 실려 산으로 되돌아갔다.
몬로비아는 곧잘 야생 곰이 나타나는 도시이며 특히 여름에는 매일 밤 한두통씩 ‘곰 봤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곳이다. 곰에 의한 쓰레기통 도난, 울타리 파손등의 크고 작은 소동도 빈발한다. 따라서 지난 22일 신고전화를 받은 담당자 2~3명은 현장으로 출동하여 빈백총알과 페퍼스프레이를 쏘며 산몰이를 유도했다.
그러나 다른 곰과는 달리 빌리는 산쪽으로 달아나질 않고 이리저리 피하다 23일 새벽 3시경에는 메이플라워 애비뉴와 힐크레스트 블러버드의 가로수로 기어올라갔다.
14시간 대치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중무장한 몇 명의 경찰과 수렵국 직원에 불과했던 대기 행렬에는 날이 밝으면서 동네 주민들, 어린이들, TV카메라맨, 보도진들이 합류했다. 주민들은 곰이 나무에서 몇번을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고 가지와 가지를 옮겨 다니는 것을 보면서 "무서워서 못내려온다" 거나"불쌍한 빌리.."라며 같이 애타했다.
내려왔다가도 관계자들이 산으로 가게 하려고 접근하면 다시금 나무위로 올라가던 빌리는 5시께 포기했다는 듯한 자세로 나무에서 내려왔다. 몰려있는 군중에 겁을 먹은 듯 그는 관목사이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직원이 빈백총알을 발사했고 그에 놀란 빌리는 다시 나무위로 올라갔다.
30분 후 빌리는 다시 내려와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그의 뒤를 쫒으며 몰려든 주민들에게는 "모두들 집안으로 들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산쪽으로 갈 듯하던 빌리는 다시 주택가 뒷정원을 가로질러 건축공사현장에 들어섰다. 산쪽과는 반대길을 택한 빌리의 행보를 더 이상 좌시하면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린 관계자들은 빌리에게 마취화살을 날렸다.
목에 마취제를 맞은 빌리는 5분후에는 졸도상태에 이르렀고 수렵국 직원들은 빌리를 픽업트럭에 옮겨싣고 깊은 산속에 내려 놓으면서 곰소동은 일단락 됐다.
한편 곰이 살지 않던 남가주에 흑곰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33년 가주수렵국이 요세미티에 살던 27마리의 흑곰을 트럭에 실어 샌 개브리얼과 샌 버나디노 산속에 풀어놓은 이후였다. 현재는 엔젤레스 국유림에 약 400여마리의 흑곰이 살고 있다.
<이정인 기자>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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