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속을 썩였던 마의 4승 길이 이번엔 너무도 쉽게 뚫렸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29)가 핵폭발을 일으킨 타선을 등에 업고 꼭 39일만에 6전7기로 목타게 기다리던 승리를 추가, 시즌 4승 고지에 입성했다.
1일 텍사스 알링턴 볼팍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전 선발 출장은 박찬호에게 스타트와 피니시만 빼면 ‘드림 출격’이었다. 가공할 화력의 레인저스 타선은 경기 시작부터 레드삭스 마운드를 융단폭격으로 완전 초토화시켜 박찬호에게 ‘질 레야 질 수 없는’ 경기를 선사했다. 1회 6점, 2회 6점, 3회 4점을 뽑아내 3회만에 스코어는 16대1. 최종스코어는 19대7이었으나 승부는 2이닝만에 끝나버렸다. 컬 에버렛은 자기를 트레이드시킨 친정팀을 상대로 1회 만루홈런, 2회 스리런홈런으로 7타점을 뽑아내며 타선폭발을 주도했고 이밖에 케빈 멘치, 터드 할렌스워스, 마이크 램, 라파엘 팔메로가 홈런포를 가동했다. 메이저리그 홈런리더(36개)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홈런을 못 친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타선지원이 결정적 승인이었으나 박찬호의 투구도 5회까지는 매우 뛰어났다. 1회초 레드삭스 선두타자 자니 데이먼에 2구만에 우월 솔로홈런을 맞으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팀 타선의 대 폭발로 인해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승리를 보장받은 뒤부터는 에이스라는 말을 들어도 좋을만한 시즌 최고의 호투를 했다. 5회까지 데이먼의 홈런 외에 단타 1개만 더 내줬을 뿐 삼진 9개(시즌 최다)를 솎아내는 쾌투. 땅에 떨어졌던 자존심을 상당히 회복하며 악몽 같은 시즌의 흐름을 180도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6회초 갑자기 무너져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붕괴의 발단은 5회부터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잡힌 것. 박찬호는 선두 노마 가시아파라에 홈런을 맞은 뒤 매니 라미레스의 포볼에 이어 클리프 플로이드와 세이 힐렌브랜드에 2루타, 브라이언 다우박에 투런홈런 등으로 순식간에 5점을 내준 뒤 호아퀸 베노아에 마운드를 넘겨주고 내려왔다. 기록은 5⅓이닝동안 6안타(3홈런) 6실점. 삼진 9개를 잡았고 포볼 3개와 몸 맞는 볼 1개가 있었다. 방어율은 경기 전 6.88에서 7.08로 올라가 다시 7점대가 됐다. 근 40일만에 얻은 목타게 기다리던 승리였고 그것도 에이스 가능성을 보여준 쾌투를 했건만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해 뒷맛은 다소 씁쓸한 경기였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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