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는 출근길 프리웨이에서 예기치 않던 경찰의 검문을 받게 되었다. 위반사항인즉 기준치 이상의 매연을 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멀쩡한 새차에서 매연이라니?" 아내는 믿어지지 않던 중 고심 끝에 원인을 찾아냈다. 프리웨이를 타기 전 개스를 주입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경찰은 새차임을 감안했음인지 불량 개스로 규정짓고 정비하도록 경고했다.
이후 차는 지체 없이 메이커 지체 정비소에 맡겼고 검사 결과 연료탱크 세척, 하루 임금 등 250달러가 청구되었다. 다음날 찾으러 가기 전 전화확인 결과 부속품이 필요하며 수배 중이므로 하루가 더 걸린다고 했다. "분명히 탱크 세척만으로 끝난다 했는데?" 바가지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전문지식을 갖고 따져볼 수도 없는 입장인지라 도리 없이 다음날 두 배 가까이로 증액된 수리비를 물고 씁쓸하게 돌아왔다.
훗날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가지를 쓴 분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럴 수가!" 개스 표시바늘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몹시 흥분된 나는 불성실한 정비 결과를 질타했으나 담당자의 반응은 사과는 고사하고 내일 찾으러 오라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 결과는 명백한 당신들의 실수다. 오고 가는 나의 손실이 얼마인줄 아느냐? 기다리겠으니 두시간 내로 고쳐달라!" 그는 나의 항의쯤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또 어깨를 으쓱했다.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실증도 없이 느끼는 기분만으로 항의할 수도 없어 차를 끌고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고장은 개스 표시바늘이 중간에 걸려 있음에도 경고등이 켜지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책임자와 단판을 짓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섰다. 나를 정중하게 맞은 그에게 지금까지 불이익을 당한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용케도 서투른 내 영어를 이해했는지 그는 일어서 내게 악수를 청해오면서 무조건 정중한 사과부터 한 후 렌터카를 내주며 이미 징수한 금액 중 절반을 환불해 주고 1년을 보증해 주었다. 예기치 않던 후대를 받았다. 애당초 단단히 벼르고 갔던 "내가 만약 당신들과 같은 인종이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푸대접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항의는 그의 호의에 밀려 접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니 가족은 환호를 올렸다. 이 환호성은 묵과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한 뒤 얻은 승리감의 표출이라고 본다. 나의 생존권을 확고히 지켜나간다는 신념은 곧 이민생활의 승패를 좌우한다. 단순히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의지박약에 관한 문제라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사회에는 협력해 주고 있는 많은 봉사단체 젊은 세대의 일군들이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해 주기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
어느 봉사단체의 탄식인즉 "문을 열어 놓았는데도 찾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건들이 묵살되고 있거나 기피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주어지는 많은 혜택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찾는 곳에 길이 있다"는 잠언이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탁제/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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