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리빙 트러스트’와 유언장을 만드는 한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새로운 현상이다.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이민 1세들은 나이가 들고 이미 은퇴를 했거나 수년 내 은퇴생활을 계획하는 분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한인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했거나 또는 사업을 잘 해서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아무리 힘들여 모은 재산이라도 사망하기 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절반 가까이를 정부에 세금으로 내야한다.

현재의 최고 상속 세율은 50%이다. 미국인들은 이를 막기 위해 상속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 한인 사회에서도 점차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주의할 점은 상속에 관해 영주권자와 시민권자가 법적으로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다. 사망한 사람이 시민권자일 때는 남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상속세가 유예되지만 영주권자일 때는 이런 혜택이 없다. 돈 많은 사람은 시민권을 따두는 것이 좋다.

상속계획은 ‘리빙 트러스트’와 유언장을 통해 할 수 있다. 상속계획의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상속세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둘째, 프로베이트(Probate: 프로베이트란 법원을 통해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유언장 또는 주법에 따라 적법한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절차를 말한다)를 피하고 셋째,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다.

‘리빙 트러스트’란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재산을 후손에 물려 줄 때 법원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리빙 트러스트’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설립하는 일종의 신탁 기금으로 여기서 ‘리빙’(living)은 ‘살아있는’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상속 과정에 판사가 끼어 들어 상속이 이뤄지는데 오랜 세월이 걸릴 뿐 아니라 법정 비용도 많이 든다. 재산이 10만 달러가 넘으면 반드시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트러스트에는 설립자(Trustor 또는 Settlor라고 함)와 관리자(Trustee), 그리고 수혜자(Beneficiary)가 있다. 이 세 역할은 동일인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러스트를 설립해 놓고 재산을 트러스트에 넣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없다.
‘리빙 트러스트’에는 부부가 살아 있을 때 설립하는 A-B 트러스트와 A-B-C 트러스트가 있다. A-B 트러스트 또는 A-B-C 트러스트는 상속세를 최소화하도록 돼 있는 트러스 트다.

그러나 부부 중 한 사람이 이미 타계하여 혼자 남았을 경우에는 A-B 트러스트 또는 A-B-C 트러스트는 해당이 안되며 일반 트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상속 계획에는 리빙 트러스트와 함께 유언장을 함께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트러스트에 들어가 있는 재산은 트러스트 규정에 의해 상속되지만 나머지 트러스트에 속하지 않은 재산은 유언장을 통해 상속하게 된다.

가주에서는 두 종류의 유언장이 법적 효력이 있다. 하나는 본인이 본인의 필체로 작성한 유언장으로 이것을 홀로그래픽 유언장(Holographic Will)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타이핑 또는 컴퓨터로 작성한 유언장으로 이는 반드시 2명 이상의 증인이 증인으로써 서명해야 된다. 단 그 유언장의 수혜자나 유언장 작성을 도와준 변호사는 안 된다.

현재 상속세 면세점은 100만 달러까지나 한인 사회 규모가 커져 이제 재산이 100만 달러가 넘는 사람은 하나 둘이 아니다. 준비 부족으로 인한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한인 커뮤니티도 상속 계획을 미리미리 세울 때가 이제는 됐다고 본다.
길민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