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휴대폰을 꺼내든 A의 목소리가 자꾸 커졌다. 이내 욕지거리가 섞인 고함이 식당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남의 찌푸린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삐딱하게 끼어 물은 이쑤시개를 빨아대는 소리까지 더하며 전화를 끝맺었다. 그는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키고는‘캬’소리와 함께 식당 문을 나섰다.
장면 #2
웨이트리스의 결혼여부와 나이가 음식 맛과 관계라도 있는 듯 B는 메뉴 판을 든 그녀의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지긋한 나이에 점잖은 풍채의 B는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 웨이트리스의 뒷모습을 미인대회 심사관처럼 평하며 동료들과 키득댄다.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거리낌없이 말하는 것이 남자다움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장면 #3
손님은 항상 왕이고 종업원은 궁녀나 내시쯤 된다고 여기는 C는 식당에서 반말을 내뱉으며 음식보다 재떨이를 먼저 주문한다. 종업원이 어린이 손님들을 배려해 끽연을 삼가달라고 부탁하면‘어명’을 거역했다는 죄로 팁은 물론 주문한 음식까지 취소하기 일쑤다.
한인식당에서 예사롭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가족과 함께 식당을 찾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까?
아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는 아버지가 없을 것이고, 아내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 몸매에 찬탄을 보냈을 리 만무고, 갓 태어난 딸의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어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인들의 식당 매너도 일종의 고정관념(stereotype)에 속한다. 미국 사람들이 가는 식당에서는 누구보다도 매너를 잘 지키지만 한국 식당에만 오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말에는 영어와 달리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경어가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부르짖는 한인들이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유독 식당 종업원들을 폄하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할 따름이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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