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따스하던 봄에 안뜰 울타리 옆에 과일나무를 심었다. 아이들이랑 가족 모두가 나서서 나무를 사오고 땅을 파고 심고 물을 주는 것에 마냥 즐거웠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랑 같이 자기들도 한 몫 한다는 사실에 매우 들떠있었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그러면 자기들이 마음껏 따먹을 수 있으리라는 조금은 섣부른 기대에 어쩌면 더 흥분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는 가을이 다가오고 이제는 날씨가 제법 싸늘해지는 초겨울의 문 앞에서 우연히 집안 일을 하다 체리나무에 꽃 한 송이가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물도 잘 주며 매일같이 얼마나 자랐나 지켜보곤 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점점 잊혀지더니 어느 날 새싹이 나온 것에 신기해하고 새 나뭇가지가 솟아오른 것에 설레어하며 잘 자라나 보다 하며 잊고 있었는데 그 동안의 무심함을 탓하는지 나보란 듯이 하얀 꽃을 피우고 있지 않은가. 문득 너무나 소홀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참으로 오랜만에 나뭇가지를 살펴보고 나뭇잎에 벌레가 있나 살펴보고 이젠 제법 뿌리를 내려 잘 자라 오르는 나무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했다.

그런 나무를 보며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아이들을 갖게되고 어떻게 부모노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채 부모가 되었다는 기쁨 하나로 너무나 서투른 부모로서의 시간이 화살같이 흘러가 버렸다. 그렇게 소중한 첫 시간을 보내고 부모의 역할을 절실히 인식하면서 나름대로 훌륭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이들을 너무나 감싸고 있지 않은지 혹은 아이들을 너무 방관하고 있지 않은지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도 없이 공정하게 대해주고 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행여 다칠까 항상 시선을 때지 않고 행여 배고플까 항상 먹을 것을 마련해 놓고 사랑에 굶주리지 않을까 엄마 아빠가 얘기를 나눠주고 자주 안아주고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주려 노력하며 우리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맑고 밝은 마음으로 행복한 꿈을 꾸며 살아가려무나 하는 작은 소망을 가슴속에 담아보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좀 자라서 이제 자기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면서 알게 모르게 점점 아이들에게 가는 세세한 정이 줄어드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렸을 적에는 사랑만 주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는데 요즈음에는 오히려 야단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은 아닌지, 아무리 일이 바쁘고 힘들다해도 예전처럼 아이들과 더 많은 사랑을 가져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편으로는 좀 소홀해진 관심 속에서도 나무들처럼 묵묵히 자라주는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사시사철 변해 가는 세월에 흔들림 없이 가지를 뻗고 새싹을 피우고 꽃향기를 날리고 풍성한 결실을 맺는 나무들처럼 아이들도 그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맞서며 당당하게 꿈의 결실을 잘 맺어 울밑의 작은 나무가 하늘 가득히 피어올라 그의 품으로 대지를 껴안듯이 드넓은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과 나라를 앉을 수 있는 사랑을 키워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봄이 오면 나무들은 더욱 자라나 한층 생동하는 모습으로 그 푸름을 더욱 자랑할 것이고 그때쯤이면 우리의 아이들은 또 어떠한 행복과 사랑의 꽃들을 피워 한껏 방향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사뭇 기대가 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