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거주 아버지 만나러 오다가
엄마·형등 가족 6명과 함께 익사
DNA검사로 핀란드 친척 찾아내
9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최신 DNA 기술이 동원됐고 TV 도큐멘타리 프로그램도 제작됐다. 이같은 장구한 시간과 끈질긴 노력 끝에 ‘타이태닉의 이름모를 아이’는 마침내 그 이름을 찾았다.
캐나다 구조선 매케이 베네트호는 1,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타이태닉호 침몰 해역에서 사고 며칠 후 금발의 남자아이 시신을 발견했다.
신원을 확인할 만한 서류를 발견하지 못한 선원들은 아이의 시신을 캐나다 핼리팩스로 운구, 장례를 치른 후 타이태닉호에서 숨진 120명이 잠들어 있는 페어뷰 론 묘지의 높은 곳에 묻었다.
아이의 묘비에는 ‘무명의 어린이’라고 새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묘지를 찾는 방문객들의 관심은 이 어린 영혼에 모아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 아이의 신원을 아이노 빌야미 패눌라라고 결론내렸다.
지난 1912년 4월 15일 타이태닉이 침몰할 당시 아이노는 생후 불과 13개월의 어린 아기였다. 핀란드에서 태어난 아이노는 다섯 명의 형 그리고 엄마와 함께 이 재난의 와중에서 목숨을 잃었다.
“무명의 아이는 거의 100년만에 이제 이름을 갖게 됐다. 신원이 확인됐다. 마침내 가족에게 돌아간 것이다”
50여명의 과학자, 가계 혈통을 연구하는 계보학자, 타이태닉 조사자들의 합동 연구를 이끈 캐나다 레이크헤드 대학의 라이언 파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노의 엄마 마리아 에밀리아 오할라는 다섯 명의 아들들을 데리고 미국에 있는 남편 존 패눌라를 만나러 배를 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존은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 침몰할 때 펜실베니아주에서 일하고 있었다.
TV 시리즈 ‘죽음의 비밀’의 제작진은 지난 달 핀란드 은행원 매그다 슐라이퍼(68)와 접촉, 혈액 샘플을 요청했다. DNA 테스트를 통해 슐라이퍼가 무명의 어린이와 혈연 관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슐라이퍼는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지난 5일 슐라이퍼는 친척들과 함께 핼리팩스의 묘지를 방문했다.
슐라이퍼는 작은 할머니와 삼촌 다섯 명이 타이태닉호가 침몰했을 때 함께 익사했다는 얘기를 옛날에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혈액검사를 통해 무명의 아기가 아이노라는 사실이 판명되면서 가족의 죽음은 가까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오래 전부터 내려 온 집안의 얘기였기 때문에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뚜렷한 사실로 엄습해 온다”
슐라이퍼는 말한다.
핼리팩스에 있는 묘지 세 군데에 잠들어 있는 150명의 타이태닉호 희쟁자 가운데 아?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모두 45명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무명의 어린이’는 항상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 해 과학자들이 무명의 어린이의 유해를 다시 발굴했을 때 남아 있는 것은 무게 0.25온스밖에 안되는 조그만 손목뼈와 세 개의 치아가 전부였다.
레이크헤드 대학의 파 교수는 당시 매케이 베네트호 선원들이 아이를 땅에 묻을 때 “우리들의 아기”라고 새긴 구리로 된 메달을 관 속에 함께 넣어 매장했는데 이 구리가 뼈의 산화를 막아 보존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아기의 시신을 바다에서 건진 선원들이 너무 마음이 아파 아기의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메달을 넣은 것 같다”
가족들은 아기의 유골을 고국인 핀란드로 이장할까 생각했다가 핼리팩스의 높은 언덕에 다시 묻기로 했다.
“아기는 핼리팩스에서 평안하게 쉬고 있었고 핼리팩스는 지금까지 아기를 잘 돌봐 주었기 때문이다”
슐라이퍼는 이렇게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