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LA 노사모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 일어서서 환호하였다. 단일화 이후 7%이상으로 앞서오던 지지율 격차가 정몽준씨의 지지철회로 어떤 영향을 받을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막판의 변수로 인해 생각한 만큼의 득표 차를 벌이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선은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인물 중심의 투표로 네거티브가 판을 치던 이전 선거와 달리 미약하지만 정책 대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대북-대미 관계에 있어서 북한과의 화해와 공존을 강조하며 미국에게 자주적인 협력관계를 강조한 노 후보에게 대북 강경책과 친미를 주장한 이 후보보다 표를 더 주었다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한국민의 요구는 ‘반미’가 아니라 ‘대미’의 요구이다.
월드컵으로 다져진 국민적 자부심과 믿음이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자주의식으로까지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낡은 정치’ 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드러난 결과이다. 계보정치로 간주되는 3김 식 정치가 물러나고 금권선거의 전통이 소액 다수 모금운동에 의해 극복되어가고 있다. 개혁국민정당의 창당에서 보듯이 당비를 내는 당원에 의해 공천도 이뤄지고 당론도 결정이 되는 밑으로부터의 정치 개혁의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선거는 주목할 만 하다.
세번째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서울천도’라는 억지 주장을 누르고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비대한 서울이 개선되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의의가 있을 수 없다. 이 후보 역시 97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지 않은가.
이번 대선에서도 그는 ‘대학 이전’을 정 후보는 ‘대기업 본점’ 이전을 각각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박정희 시절부터 검토되어온 ‘행정수도’의 이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서울은 금융 중심 비즈니스 도시로, 충청권은 행정도시로 발전하여야 전 국토의 고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앙금이 남아보이지만 97년 대선에 비해 지역감정의 골이 좁혀질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지역감정에 맞서 싸워온 그의 지난날을 믿기에 노 대통령당선자가 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조직도, 계보도, 돈도 없었던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국민의 승리요, 상식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승리이다. 지난 봄, 천정배 의원 한명과 시작했던 국민 경선에서부터 단일화 성사에 이어 대통령 당선까지…아무리 흔들어도 다시 일어섰던 노 당선자의 뒤에는 ‘상식’을 바라는 국민들의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부강한 나라’ 보다는 함께 사는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남북으로 동서로 갈린 나라를 치유하고 통합시키라고 국민에게밖에 빚이 없는 그에게 개혁의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국민에게 빚진 대통령, 우리의 ‘희망’을 훔쳐간 그가 ‘사람 사는 세상’으로 이자까지 돌려 주기를 간절히 바 란다.
이혜성 LA 노사모 대표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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