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의 최대이자 마지막 격전지였다. 1945년 4월 1일 벌어진 이 전투에 동원된 미 항공모함 수만 40척, 총 전함 수는 1,300척에 달했다. 일본군의 결사항전으로 5만 명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일본 측 피해는 더 컸다. 일본군 전사자 10만, 민간인 사망자 10만(주민의 1/3)에다 격추된 일본 전투기수만 7,800대가 넘었다.
트루만이 원자탄 투하를 결심하게 된 것도 오키나와 전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그마한 섬 하나를 점령하는데도 이처럼 큰 희생이 따랐음을 감안할 때 일본 본토에 상륙할 경우 100만이 넘는 미군 사상자와 수백만 일본인의 죽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원폭 투하가 잘 한 일이냐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지만 당시 상황으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원자탄에 희생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목숨을 건졌기 때문이다. ‘전원 옥쇄’를 외치던 일본도 두 발의 원자탄을 맞고는 2주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최근까지 미국이 지니고 있던 최대 비 핵무기는 ‘데이지커터’(Daisycutter)로 불리는 BLU-82였다. 1만5,000파운드 급의 이 폭탄은 한번 터지면 축구 경기장 만한 넓이로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날려 버리는 위력을 지닌 가공할 무기였다. 월남전 때 개발된 이 폭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붕괴를 촉진시키는데도 결정적 공헌을 했다.
국방부는 11일 핵폭탄을 제외하고는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MOAB’(Massive Ordnance Air Blast bomb) 탄을 성공리에 폭발시켰다. 영어 약자가 같아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로 불리기도 하는 MOAB은 2만1,000파운드 급으로 전술 핵에 맞먹는 위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인공 위성과 레이저로 조종돼 정확도도 BLU-82보다 월등하다. 통상 극비 사항에 속하는 신 병기를 이처럼 이라크 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라크 군부에 ‘충격과 겁’(shock and awe)을 줘 전투 의욕을 잃게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폭탄 실험과 때맞춰 ‘작전 계획 5027’이라는 군사 보고서가 유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포대와 생화학 시설을 전격적으로 폭격, 휴전선 인근에 포진돼 있는 북한군 화력을 잠재울 경우 한국전 발발 시 100만으로 추산되는 한국민 희생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전이 발발할 경우 MOAB을 비롯한 모든 무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MOAB이 떨어질 수 있는 곳은 이라크 사막만은 아닌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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