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대규모 병사로 진주성을 함락한 왜장들이 승전을 자축하는 술판을 벌였다. 조국이 유린당하자 울분을 참지 못한 기생 논개는 이 술자리에서 만취한 왜장 우두머리를 꾀어 높은 바위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일부러 그를 꼭 껴안은 채 절벽 아래 강으로 동반 추락했다. 무기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목숨을 버린 일종의 자살공격이었다.
이보다 더 끔찍한 자폭을 행한 여성은 28세의 와파 이드리스. 와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의료기관인 ‘붉은 초승달’에서 구호요원으로 일하면서 이스라엘군의 총탄을 맞아 실려오는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을 치료했다. 그러다 자신도 3발의 고무총탄에 맞았다.
와파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더 이상 삭일 수 없어 지난 1월 예루살렘 복판에서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려 자신은 물론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자국민에게서는 ‘팔레스타인의 딸’로 서방세계에서는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와파는 사상 첫 자폭 여성으로 기록된다.
와파의 자폭사건 이후 팔레스타인에는 여성 투쟁조직인 ‘와파 이드리스 그룹’이 결성됐다. 이 그룹에 가담한 아부 에이샤는 나블루스의 안 나자 대학에 다니던 22세의 꿈 많은 영문학도.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지 않겠다. 기꺼이 우리의 몸을 폭탄으로 만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몸을 산산조각 낸 아부는 두 번째 자폭여성이 됐다.
수하란 이름의 쿠웨이트 출신 여성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동족이 거의 매일 이스라엘군에게 당하는 수모를 참을 수 없어 이 그룹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자폭훈련은 허리에 폭탄벨트를 감은 후 벨트의 뇌관을 당기는 게 고작이라 여성들도 쉽게 익힐 수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가 미국에 대해 자폭테러를 가할 여성 자살공격부대를 창설했다고 아랍의 한 신문이 전했다. ‘오사마의 어머니’란 뜻을 갖고 있는 여성자폭부대 ‘움 오사마’는 국적이 다양한 여성들을 멤버로 하고 전세계 이슬람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관련해 ‘9.11’을 능가하는 자폭테러를 감행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이슬람 여성들은 복장이 특이해 옷 속에 폭탄을 소지해도 잘 드러나지 않으며 공항 등이라면 몰라도 다른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을 검색하는 데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만에 하나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가족들이 즐겨 찾는 장소에서 참극이 벌어지면 어찌 될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테러의 뿌리와 치유방법을 찾다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다가 원점에서 맴돌고 만다. 그저 이 순간부터 어떤 형태의 테러도, 그로 인한 무고한 희생도 없길 바랄 뿐이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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