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에베레스트 산골마을 학생 20여명을 97년 서울로 초청한적이 있었다. 남체바자, 금정, 탕보체, 팡보체등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근처에 살고있는 이 청소년들은 태어나서 여행이라고는 한번도 못해본 학생들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도 구경한적이 없는 깡촌 아이들 이다.
이들은 셀파족 청소년들로 보통 2시간을 걸어 학교에 간다. 그런데 이 2시간 거리가 오르막 길이기 때문에 일반 등산객에는 5시간정도 걸리는 가파른 코스다.
이 셀파족 학생들이 본보의 초청으로 서울구경을 하게 되었을때 예상외의 해프닝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구토를 하고, 두통이 나고 어지럼증이 심해 식사도 잘 못하는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초청한 본보측에서도 예상못한 일이고 셀파 학생들 자신도 미처 몰랐던 신체의 변화였다.
`고산증’이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하산증’이라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다. 에베레스트 산속에서는 날고 기는 셀파들이 도시에서는 엉금엉금 긴 셈이 된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하산증’은 서울에서 힐라리경을 만나는 순간 벅찬 감격으로 다 없어져 버렸다. 본보는 `고상돈 에베레스트 등정’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힐라리경과 셀파족 학생들을 서울로 초청했던 것인데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기위해 힐라리경에게는 셀파 학생들이 와있다는 것을 비밀로 해놓았었다.
셀파 학생들을 서울에서 만난 힐라리경의 감격은 놀랄만 했었다. 그는 학생들을 보자 가슴이 벅차 어쩔줄을 몰랐다. 이 학생들은 바로 힐라리경이 에베레스트에 세운 힐라리학교의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5월29일로 인간의 에베레스트 정복 50주년을 맞는다. 힐라리경은 올해 83세로 아직도 건재하다. 고향인 뉴질란드의 어크랜드에서 살고있다. 학생들과의 재상봉에는 눈물나는 사연들이 있다.
힐라리경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후 강연등에서 벌어들인 재산을 모두 셀파족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건립에 희사했으며 건물도 그 자신이 직접 지었다. 이 작업현장으로 부인과 딸이 힐라리경을 만나러 오다가 경비행기가 추락해(1975년) 가족 2명을 한꺼번에 잃는 비운을 당했다.
그후 힐라리경은 힐라리재단을 만들어 에베레스트 산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건립에 전력을 쏟았으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많이 달랠수가 있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해마다 에베레스트의 산골에 찾아가 자기가 세운 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 그의 보람이었는데 나이가 들자 이제는 에베레스트 찾아가기가 힘들어 졌다. 그런데 에베레스트 산마을 학생들을 서울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에베레스트정복 50주년을 맞아 TV에서도 특별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신문에 인터뷰 기사도 보인다.“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 오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닙니다. 에베레스트 산속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인연을 맺어주기위해 하늘이 나로 하여금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게 한것입니다. 나의 보람은 정상정복이 아닙니다. 셀파족들을 위해 학교를 세운 것입니다.”
에베레스트에는 지금 27개의 초중고등학교가 힐라리재단의 도움으로 세워져 있다. 그는 70세때 산악인동료 미망인과 재혼했으며 그의 아들 피터 힐러리가 작년에 셀파 텐징의 아들 잼링 노르게이와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화제가 되었었다. 피터가 정상에서 “아버지, 제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왔어요!”라고 인공위성 전화를 했을때 힐라리경은 이렇게 말했다. “내려올때 조심해라.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든 법이야.”
에드먼드 힐라리경은 이 시대의 몇명 안되는 살아 있는 영웅이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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