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5월 벌어진 미드웨이 전투는 진주만 기습으로 신음하던 미국인의 사기를 단숨에 회복시킨 사건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미 서해안은 일본 해군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의 압승으로 끝났고 일본의 운명도 사실상 여기서 결정됐다. 미국이 미드웨이에서 승리한 것은 운도 따랐지만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 공격을 감행한 덕이 컸다. 복잡하기 짝이 없기로 정평이 있는 일본 암호를 해독해 낸 것은 현 국가 안보국(NSA)의 전신으로 OP-20-G라 불린 해군 정보국이다.
‘첩보’ 하면 CIA가 우선 떠오르지만 세계 최대의 스파이 기관은 NSA다. 워싱턴 DC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NSA는 휘하에 3만8,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거의 독립된 시를 형성,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다. 전 세계를 커버하는 인공위성 네트웍에서 첨단 도청 장치에 이르기까지 전자 장치를 이용한 통신 내용은 모두 NSA의 그물에 걸리게 돼 있다.
이런 위력을 갖춘 NSA지만 시작은 초라했다. 미국이 전문적인 정보 업무를 시작한 것은 제1차 대전 이후 군축 협상 내용을 도청하면서부터다. 스팀슨 국무장관이 부임하면서 “신사는 남의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폐쇄시켜 한 동안 중단됐었으나 “그래도 정보부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1930년 국방부 산하에 ‘검은 방’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장 1명과 전직 수학교사 3명이 직원의 전부였고 존재 사실조차 국무부에 비밀로 부쳐졌다. 이것이 NSA의 출발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날고 기는 NSA라도 원시적인 통신이나 땅굴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력하다.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전화나 워키토키를 사용하지 않고 말에 사람을 태워 전령으로 썼다고 한다. 지금 미국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정보의 하나인 북한의 핵 개발 실상도 마찬가지다. 소위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작년 북한이 핵 개발 사실을 실토한 것도 탈북자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 개발 관련자 확보가 요즘 미 정보 당국의 최우선 과제다. 최근 타임지에 따르면 CIA는 지난 달 북한 핵 개발에 깊이 관여한 한 과학자를 접수, 미국 내 모처에 은신시켜 놓은 것으로 돼 있다. CIA는 지금까지 북한이 2개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왔으나 이 과학자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는 이보다 훨씬 진전된 상태로 2년 내 수 백 개의 핵탄두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관영 통신은 “공화국이 이 정도의 무력을 갖추지 않고 있었더라면 진작 이라크 짝이 났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담의 말로를 지켜 본 김정일이 핵을 포기할 생각을 쉽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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