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습니다"
이는 지난 달 이 지역 신문지상을 장식했던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체육회의 광고 헤드라인 제목이다.
두 체육회는 지난 3월 15일 단일팀 구성 조인식을 갖고 오는 6월 27일부터 달라스에서 열리는 ‘제12회 전미주 체전’에 공동 선수단을 파견한다는 데 문서로 합의했다.
당시 이같은 일은 북가주 한인사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인들이 모이면 늘 분열되고 반목과 시기로 점철된다는 아름답지 못한 전통을 세워왔다.
그러나 둘로 나뉜 체육회가 14년만에 하나의 팀을 구성했다는 것은 지역 여론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단일팀을 성사시킨 두 회장들의 기개도 높았다. 나기봉 상항체육회장은 "체육인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서 "체육인들은 한번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 일단 맺은 약속은 꼭 이룬다"고 장담했다.
신민호 실리콘밸리 체육회장도 "올해로 미주이민 100주년을 맞아 단일팀을 구성한 것에 많은 한인들이 잘한 일로 칭찬하고 있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좀더 나은 체육회로 발전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처럼 화려하게 출발한 단일팀 합의였지만 그 이면에는 온갖 갈등과 소문이 난무했다.
우선 선수선발과 기금모금 등에서 이견이 드러났다. 당초 선수비율을 50:50으로 하고 기금모금은 공동관리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또 미주체전 자체가 똑 같은 날짜에 달라스와 애틀란타에서 분리돼 개최됨으로써 어느 대회에 참가하느냐를 놓고 다른 의견을 가진 경기연맹이 돌출했다.
언론과 일반 동포들은 단일팀 구성을 칭찬했지만 정작 기뻐해야 할 체육인들은 합의 당시부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단일팀 구성의 취지를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 체육인들이 많았다. 회의석상에서 한 이사가 "단일팀을 구성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사실은 돈 때문"이라고 실토한 임원이 있을 정도였다.
일부 체육인들은 이사회와 경기연맹 회장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두 회장이 일방적으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것을 문제삼아 반발하기도 했다.
18개 경기종목별로 공동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잠재했던 문제점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육상과 수영과 같은 기록경기는 대표선수의 우열을 정확히 가릴 수 있지만 축구나 농구와 같은 단체종목에서 대표를 선발하는 것은 애초부터 객관성을 100% 확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지역 한인들의 관심이 높은 축구는 문제가 컸다. 2년 전 휴스턴 미주체전에서 종목 우승을 달성한 실리콘밸리 축구협회는 지역의 자존심을 내세웠고, 전체 우승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의 자존심도 높았다.
두 달 전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단일팀이 출전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면서 "반드시 깨질 것"이라고 장담했던 한 체육계 인사의 말을 떠오른다.
한인사회에서 너무도 소중하고 드문 일이 합의됐기에 그동안 지역 언론들은 행여 불씨가 꺼질 새라 조마조마하게 추이를 지켜보았다.
선수단 구성문제를 놓고 말다툼과 심지어 폭력사태까지 일어났었다는 소문이 나돌아도 가능하면 끝까지 단일팀이 달라스로 가도록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제 이유야 어떻든 단일팀 파경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2세들에게 한인으로서 단결된 힘과 기상을 심어주자고 호소했던 두 체육회의 호소는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한 전직 한인회 임원은 "체육회가 일을 그르쳐 앞으로 다른 단체까지 크레딧을 잃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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