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파닐레와 암모등 LA 유명 레스토랑 메뉴에는 니먼스 비프가 올라 있다. 값은 비싸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이 고기만을 찾는 단골들이 적지 않다.
니먼스 비프는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머린카운티 산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니먼스 랜치에서 나오는 고기다. 이 곳에서 자라는 커다란 덩치의 비육우들은 굼뜬 동작으로 광활한 초원 위를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거나 눈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졸고 있다. 워낙 한가로운 환경 속에서 자라서인지 사람을 봐도 무서워하거나 긴장한 표정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소라는 동물이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 가도록 운명 지워져 있기는 하지만 다른 목장의 소들이 이들을 본다면 부러워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곳 소들의 팔자가 좋아 보인다. 물론 이런 환경은 동물들도 사육되는 동안에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목장 주인의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소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이 목장의 다른 동물들도 그들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받는다. 그래서 출산을 앞둔 암퇘지는 축사에 갇히지 않은 채 마음껏 돌아다닌다. 돼지의 본성을 발산해 보라는 배려이다.
가축을 최대한의 자연상태에서 키우는 것이야 흔한 일일 수 있다. 니먼 목장주의 사육방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는 아주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그가 소들과 항상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사람이 소와 대화를 나누다니. 과연 사람 말을 알아들을까 코웃음칠지 모르지만 대화를 통해 소는 더욱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목장주의 굳은 믿음이다.
동물도 감정을 가지고 있음은 최근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원숭이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은 물론이고 소와 돼지 같은 가축들, 심지어 거북이 같은 동물들조차도 기쁨과 불안, 그리고 고통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음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감정은 생명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이다. 동물학대 실험 반대론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니먼 목장주가 단지 영리차원에서 소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인지 윤리적인 고려까지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선구자적 신념을 지닌 사람임은 분명해 보인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광우병으로 북미지역이 법석을 떨고 있다. 얼마 전 앨버타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요식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실제로 많은 업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보도가 나온 날 맥도널드는 주가가 하루에 5.6%나 빠졌으며 다른 햄버거, 스테이크 체인들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며칠 전에는 광우병 소로 만든 개 사료가 미국에 들어왔다는 소문으로 또 한차례 난리를 떨었다. 광우병 소가 다량 발견된 것도 아닌데 이렇듯 모두들 불안해하고 있다.
광우병은 왜 생기는가. 한마디로 더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겠다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재난으로 보면 된다. 소는 넓은 초원 위에서 풀을 먹고 자라야 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많은 목장주들은 이를 거스르며 좁은 축사 안에 소를 가둔 채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심지어는 성장 호르몬까지 투여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인간의 육식문화를 비판해 온 제레미 리프킨은 “한 문화를 평가하는 척도는 그 사회내의 가장 무력한 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력한 존재를 탐욕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길 때 그 대가는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 ‘해피 카우’가 많아질수록 인간도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상생의 원리.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광우병 파동이 던지는 화두라 생각한다.
조윤성<부국장겸 특집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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