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생활을 막연하게 동경했었다. 특히 "세계 3대 미항(美港)이라 불리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그리고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 넘실대는 푸른 파도 위에 여유롭게 떠다니는 흰 돛단배들과 청명한 하늘,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 등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세계 3대 미항에는 들지 못하지만 4대 미항에 들 정도로 역시 빼어난 주변경관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에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렇게 가슴이 탁 트이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답게만 보였었다. 마치 사랑에 푹 빠지면 상대방의 모든 것이 좋게만 보이는 것처럼.
5-6년전 휴가를 얻어 1주일동안, 버클리에서 유학하고 있는 언니와 함께 지내면서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었다.
쏟아지는 햇살속에서도, 자욱한 안개속에서도 우아한 모습으로 샌프란시스코의 관문을 지키고 있는 골든게이트 브릿지(금문교), 남성다움을 느끼게 하는 베이 브릿지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과 주변 풍경이 주는 운치, 피셔먼스 워프에서 느꼈던 진한 바다내음과 이국적인 가게들과 관광객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알카트라츠 섬, 케이블 카를 타고 파도치는 언덕을 오르내리면서 지나쳤던 차이나타운의 생경함과 빅토리아풍의 건축양식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음식문화, 그 외에도 트레쥬어 아일랜드에서만이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면들과 차로 한 두시간 거리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 당시 만끽했던 이 지역 자연의 아름다움은 너무나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그 후 나는 다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운명같이 배필을 만나 샌프란시스코에 삶의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나는 당시에 느꼈던 새로움과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불평만 쌓여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며칠전 출장관계로 베이지역을 방문했던 후배를 만났을 때였다. 후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둘러볼 만한 곳이 어디예요?"라고 물었었다. 나는 "글쎄, 다들 샌프란시스코에 한번 와 보는게 꿈이라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몰라. 사실 특별히 구경할 것도 없는데 말이야."하고 별 생각없이 농담조로 답변을 하고는 몇 곳의 널리 알려진 관광코스를 일러 주었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후배와 나누었던 대화내용을 반추하면서 타성에 젖어있는, 일상에 묻혀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도 좋은 사람을 찾으려 헤매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가까이에 있다고, 소유하고 있다고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았는지...
첫 사랑의 마음으로, 첫 느낌의 감정을 소중히 간직한 채 이를 수시로 확인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 사랑과 감사와 기쁨의 마음으로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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