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따가워지기 시작하면서 집들마다 형형색색의 온갖 꽃들을 피워내어 그 뜨거운 열기에 대항이라도 하려는 듯 하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란 말인가 어느 덧 짜릿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바다 바람이 몹시도 그립고 시리도록 푸른 물결에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모습이 눈앞에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날 햇살이 잦아들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하나 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나도 그 무리 속에 몸을 던져보곤 하는데 요즘 집 주위를 돌아다니다 보니 간간이 눈에 띄는 것이 몇몇 집들의 공사이다.
어떤 집은 일층 집에 이층을 올리고 어떤 집은 정원이랑 집 앞을 고치고 어떤 집은 다시 전체 뼈대를 새로이 한다. 일반 주택가에 가끔 이 빠진 듯이 보이는 이런 공사중인 집들을 보면, 고만고만한 크기의 상점들이 즐비하여 모두 화려한 치장을 하고 환하게 불을 밝히며 손님을 기다리는 쇼핑몰을 걷다가 문득 눈앞에 덮쳐오는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슴엔 <내부 수리 中>이란 커다란 이름패를 차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듯 모두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인 지 상점 안은 어지러이 널려있고 빈 상자가 뒹굴고 벽에는 낙서인지 페인트 자국이 곳곳에 있고 유리창에도 종이조각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마치 시간마저 죽어 가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곳. 뭔가 허전한 듯 하면서도 왠지 불쌍해 보여 동정심을 일게 만드는 공사중인 가게.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난 뒤 우연히 다시 그 상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을 때 그 베일에 가려져 있던 모습은 사라져 버리고 오히려 주위의 그 어떤 가게보다도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고 활동적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즐거운 마음이 들고 발걸음이 한 발작 더 다가서게 된다. 이렇게 화려한 변신을 꿈꾸며 그 얼마나 긴 고통을 <내부 수리 中>이라는 표명아래 안으로 삭이며 참아내야 했던 것일까.
우리 한평생 살아가면서 ‘나’라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 가게처럼 보일까. 어떤 사람은 한평생 내내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으로 죽음을 앞 둔 시점까지 자신의 가게를 유지해 온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볼 때 어둡고 추한 모습만 쌓여있는 가게처럼 남아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하는 것인가. 평생 한번도 마음을 더럽히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임에 틀림없으나, 자신의 마음이 어두워질 때 자신의 마음이 더러워질 때 과감히 우리도 쇼핑몰의 가게처럼 ‘내부 수리 中’이라는 팻말을 달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정화해나간다면 마침내 그 공사가 다 끝났을 때 전보다 더 맑고 밝아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되지 않을까.
겉으론 고상한 척 하면서 마음은 온통 시커먼 굴뚝같은 모습보다는 따스한 햇살에 그을린 피부를 드러내 놓고 한참 땀을 흘리며 자신을 더욱 조이고있는 사람으로 지내야하지 않을까. 먼지 속의 공사 뒤에 드러내는 상점의 눈부신 위용처럼 우리의 마음도 더욱 빛을 내기 위하여 이제는 용기가 필요한 때 일 것이다. 과감히 자신의 가슴에 ‘내부 수리 中’이라는 팻말을 달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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