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SF 바닷가 한 모퉁이는 퍽이나 낭만적인 운치가 있다. 짙게 드리운 안개에 이른 아침 뜨거운 coffee 한 잔이어야만 풀리는 오싹한 추위에 멀리 들리는 뱃고동 소리는 그야말로 삼중주 하모니다. 그러나 이러한 멋진 정취도 내 마음이 무엇인가 잘못 끼어 편치 못하면 전혀 감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내 마음에 따라 밖의 상황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라!
우리는 흔히 모든 병의 원인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며 특히나 현대인들의 모든 스트레스는 마음을 잘 다스리는 데서 치유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것인가는 확실하게 말해주는 이가 드물다.
막연하게 마음을 잘 다스려 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마음이란 놈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말을 들어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자기 속에서 일어난 마음이지만 자기 자신이 어떻게 못하는 것이 이 마음이란 도깨비다.
그래서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는 말을 흔히들 하지 않는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고 슬프고 아파 죽을 것 같은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마음의 경계는 밖으로부터 누가 주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마음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에는 유·무식이나 남녀노소가 상관이 없다.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형체도 없는 것이 내 안에서 난장판을 치고 까불고 노는 모양이 정말 가관인 이 알 수 없는 묘한 마음,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우리가 보낸 지난 날 속의 어떤 순간을 돌이켜 보면 그 순간 분하고 억울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았어도 지금은 희미한 연기 같은 느낌이고 가슴 저리는 아픔의 순간이었어도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고 보면 우리가 거창하게 도를 이룬다 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음의 정체가 뿌리도 없고 형체도 없고 더구나 아무리 오래 지킬려고 해도 시간의 흐름 속에 녹는 덤부라기 같은 허상이란 것만 알아차리고 거기에 속지 않을 수만 있어도 얼마나 자기마음이 시원하고 그 주위가 시원해 질 것인가! 한결 이 각박한 세상살이 살맛나지 않을까?
이만큼 세월을 보내면서 생고생을 하고 나서 겨우 느낀 바는 나를 성가시게 했던 모든 문제는 결국 내 마음이 빚어낸 어디에도 실체가 없이 그저 자기가 있다고 믿고 거기에 속아서 놀아난 돈키호테 같은 몸짓이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돈키호테라고 한다면 너무 역설적인가?
우리가 아무리 밖으로 부를 이루고 훌륭한 업적을 쌓는다 해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줄 모르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의 카드는 그야말로 꽝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놓인 우리 앞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보고 깨달아 진정 스스로의 마음에 자유로와지는 길이야말로 제한된 시간속의 짧은 인생에 대한 값진 투자가 아닐까?
이른 아침 나의 조그만 Coffee Shop으로 멀리 뱃고동 소리가 뿌연 안개에 묻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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