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자못 각박해졌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생존 경쟁이 격심한 현실이라서 잘 살기 위해서는 아귀다툼을 벌여야되니 의리나 체면보다도 실리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현실인지라 정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마음의 여유란 도무지 없다. 차라리 그런 마음의 여유란 허접스런 사치쯤으로 여긴다 할까
요즈음 범국민적으로 ‘부모에 효도, 나라에 충성’의 구호아래 우리의 전통적 가정 미풍양속을 되찾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 우리의 가정관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서구 사람들도 동양의 효라든가, 스승이나 선배를 공경하는 풍습을 상당히 아름답게 여기고 부러워하며 극단적으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도덕 풍조의 구제의 길은 동양적 윤리사상밖에 없다고 까지 말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우리도 전승도덕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이태백이 놀던 달아/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천년만년 살고 지고/천년만년 살고 지고’
이렇게 오랜 세월 노래해온 우리민족의 민요 속에 우리민족의 가정관이 잘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즉 이 노래 속엔 부모 봉양의 효도, 삼간 모옥의 단란한 낙도, 거기다 휘영청 떠 있는 달을 감상 할 수 있는 풍류까지 겸했으니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도다’ 한 호연한 정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을 오늘날에 젊은이들에게는 통용되리 만무하리라. 너나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장미꽃 넝쿨 우거진 이층 양옥집이나 맨션 아파트 등의 고대광실을 꿈꿀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개방적 능력사회에서나 핵가족 제도 하에선 씨족을 따지고 문벌을 말하는 것은 폐쇄적 진부한 고루 사상이라고 하겠으나 가문을 존중하고 집안의 명예를 높이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 없이 중요한 일이다. 개인의 존엄을 숭상하는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영달, 출세, 성공은 자연히 그 가정 가족의 명예인 것이다.
동양의 전통적인 가족제도 사상은 물론 많이 변하여 서구적인 방향으로 변천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는 가정을 떠나서는 살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정, 가족이란 명실공히 혈연으로 맺어진 공고한 집단이다. 아무나 또 언제나 임의로 입퇴할 수 있는 보통의 사회 집단하고는 다른 것이다.
부자간 부부간의 윤리도덕 근간중심으로 하여 사회윤리가 출발하고 있다. 이런 점을 더욱 밑받침 해 주는 것으로 효자 백행지원(동몽선습), 수신제가치국평천하(대학)등으로 보아 효와 재가의 사상이 유교, 나아가 동양의 핵심윤리 사상이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것은 결코 물질지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입은 옷은 다만 옷일 뿐 정작 귀중한 것은 생명인 것이다.
생명이 아니라 그 옷만 보고 형식을 따지는 데 인간의 속물 근성이 있는 것이다.
홍현모
한국통일문화 진흥회의 LA 지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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