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기업경영에 도입된 ZD(zero defect) 운동이 있었다. 말뜻 그대로 결점을 하나도 안 나게 하자는 운동이었다. 최후에 완성된 제품이 어느 한 사람의 조그만 실수로 인하여 못쓰게 됨으로써 오는 손실을 막아보자는 발상이었는데 이는 수만 개 이상의 부품을 필요로 하는 항공산업 및 미사일 제조업체에서 최초로 시도되었다. 조그마한 부품에 이상이 생겨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 호가 귀환 길에 폭발한 것을 생각해보면 결함을 제로로 끌어내리자는 ZD운동은 훌륭하고 바람직한 발상이 었다.
그러나 제품생산이나 비즈니스에 도입하여 대단한 성과를 올린 이 운동이 사람에 대입되면 자칫 완벽주의가 되기 쉽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것이 신체적이던 정신적이던 마찬가지다. 인간이기에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고는 ‘인간은 신이 아니다’라고 변명하곤 한다.
사람의 성격은 대체로 20대 초반에 형성되어 그때 형성된 성격이 그 사람의 나머지 생애를 지배하는 것 같다. 나의 젊은 날을 돌이켜 보면 급한 성질이 있어 자신도 완벽하지 못했으면서 타인의 잘못하는 것을 못 보아 넘기고 화 또한 잘 냈었다. 타인의 실수와 잘못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용서하며 관용을 베푸는 여유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볼 수 없었다.
설사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몸을 숨기려 찾아가도 이유불문하고 나를 맞아줄 몇몇의 친한 친구들 이외에는 나는 사람들에게 찌푸린 흐린 날 같은 인상과 곁에 다가가면 손쉽게 베이게 되는 풀쐐기 같은 성격으로 기피의 대상이었을지 모른다. 서구인들이 말하는 소셜 매스크 같은 것은 나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가슴을 파고들어 아프게 한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큰 사건들이 찾아온다. 전쟁을 겪거나 부모가 이혼을 하거나 혹은 사별하는 경우, 형제자매를 사고로 잃게 되는 경우,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야만할 형편이 되거나 연인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는 경우 등이다.
얼마 전 유타주의 어느 캐년에서 암벽을 타던 젊은이가 암벽에 닷새 간이나 갇혀 팔 하나를 포기해야만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는 형편에 처하자 이 젊은이는 칼로 스스로의 팔을 잘라내는 용단을 내렸고 얼마 후에야 구조를 받았다. 어느 TV 아나운서는 “비싸지도 않은 셀폰을 왜 준비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한 반면 그 젊은이의 부모는 또 다른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은 리허설이 없으므로 이번 일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암에 걸려 시한부 생명을 살고있던 어느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 의하면 스스로를 꺼져 가는 촛불로 생각하고 주변을 정리해 가는 중에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한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잘못된 언행들을 참회하고 또 참회하며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한다. 세월이 흐르고 더 이상 참회할 것이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 이르자 이 작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고 암조차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 그녀를 떠났다 한다. 남아있는 인생에서 또 다른 매듭을 맺지 말고 맺혀있는 매듭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살고싶다.
윤효중/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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