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광복절은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할 만큼 성장한 국력과 미국 이민 100주년이라는 빛나는 역사와 함께 여느 해보다 더욱 당당하게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광복의 기쁨과 그 후 우리 민족이 국내외에서 일구어낸 괄목할 만한 발전을 아직도 멀리서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는 동포가 있다.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동포들이다.
사할린에 사는 한인들은 식민지시대에 강제로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다. 이렇게 끌려간 한국인이 약 15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꿈에도 그리던 조국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남게 된 우리 동포와 그 후손은 약 5만명에 이른다.
필자가 속해 있는 부산의 동서대학교에서는 지난 6월말 사할린을 방문했다. 사할린이 러시아 본토로부터 얼마나 소외되어 있고, 얼마나 경제사정이 열악한지를 공항에 내리면 금새 느낄 수 있다. 우수하지만 가난에 찌들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진학한다 해도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선진 학문을 접하지 못하는 무수한 우리 젊은이들이 1세대의 고통의 멍에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미 러시아인이 되어버린 2세, 3세를 무작정 영구 귀국시키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고, 단순히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한국에 취업을 알선해도 결국은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3D 업종에 종사시켜, 또 한번의 서러움을 경험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역사 앞에 또 한번의 죄를 짖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은 우수한 사할린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동서대학교는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 젊은이에게 본국에서 수학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내년 3월 신학기에 우선 5명의 동포를 뽑아 전액 장학금 지급과 기숙사 제공의 조건으로 입학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해 매울 계획을 세우고 현재 대대적인 캠페인이 진행중 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온 한민족이 사할린 동포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는 의미에서 미국에 있는 동포에게도 동참을 호소하기로 하고, 현재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전개중이다. “나은 삶을 사는 동포가 혜택받지 못한 동포를 돕자”것이 근본 취지이다. 10월에는 일본 동포사회에도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다행히도 사할린에는 천연개스가 발견되어 미국과 영국의 석유회사가 대거 진출하고 있고,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선점을 노리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 건설이 시작될 때 우리의 사할린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시켜야 한다.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한민족을 양성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민족 사랑실천이고 그들의 아픈 과거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사할린에 거주하는 젊은 동포들도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미주의 한인동포들의 뜻 있는 온정을 기대해 본다.
장 제 국
동서대학교 교수, 국제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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