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9.11 참사 2주년을 맞이하면서, 또 지난 8월 중순 미국 동부, 중서부 지방 일부 그리고 캐나다 동부 지역에 일어난 대규모 정전사태의 후유증을 보면서, 사전 경고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 동안의 보도를 보면, 2년 전 9.11의 비극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80년대부터 일부 관심 있는 전문가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과격파들이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 공격 등 다른 지역에서의 테러뿐만 아니라, 미국 안에서의 테러 가능성도 경고해 왔다. 특히 데니얼 파이프 교수는 이슬람 테러 조직(극단주의 과격파들)이 이슬람 온건파들의 미국 내 사원에 기생, 활동하면서 미국에 가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해 왔다.
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국방성에 대한 공격도 몇 달 전에 유럽의 정보 기관에 의해 탐지되었다. 물론 정확한 날자와 장소 등은 알 수 없었으나, 미국 정보 기관들은 부처간의 비 협조와 책임자들의 무성의한 대처 등으로 테러 가능 인물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 결과 테러범들은 그들의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3천 여 명의 무고한 생명을 죽게 하고, 세계 경제를 흔들리게 하고, 사후 대책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쓰게 하고 있다. 지금도 미국 경제는 침체 상태에 빠져 있고, 재미 한인 사회도 개인적으로,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8월 중순의 대규모 정전사태도 사전 경고를 잘 따랐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90년 대 중반 당시 클린턴 정부의 에너지 장관이었던 리처드슨은 이미 현재 미국 전력회사의 변전·송전 시스템이 너무 오래되고,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지 않는다고 경고하면서 빨리 개선하고 현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또 전문가들은 벌써 70년과 80년대에 현재의 발전 시설과 변전·송전 체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전력 기업가들은 현실의 이익에 더 집착하면서 장기적인 투자를 외면해 왔고, 정부 당국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런 결과로 일부 지역에서는 며칠동안이나 수많은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또 정유 공장을 비롯한 많은 공장들이 가동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곧 바로 주유소의 개스 값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정전 사태가 없었던 이 곳에 사는 나 자신도 비싼 개스 값을 치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또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경고음은 자주 울리고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났는데도, 무리하게 일을 계속하고, 건강 검진을 하지 않고, 흡연이나 음주를 계속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도 그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사회적으로 경고음이 나타났을 때도 우리는 경청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의 목소리를 관계자나 당국에 전달해야 한다. 이 것이 곧 시민 정신이다.
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작지만 나의 목소리를 알리는 자세는 하나의 미덕이다. 티끌이 쌓여 태산이 된다.
이성형/애팔래치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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