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IT(정보기술) 전시회로 꼽혀왔던 컴덱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축소된 규모로 열려 지난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전세계적 IT업계의 불황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490여개 업체만이 참가를 신청, 그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전시장 규모부터 평소 사용하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대형 전시관 2개중1개만 쓰는 것으로 축소됐고 관람객 숫자도 지난해의 절반을 밑도는 5만여명에 그칠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 치명적인 사실은 IBM.삼성전자.소니.노키아.필립스 등 거대 IT기업들이 대거불참했다는 점이다.
대기업중 거의 유일하게 전체 전시장의 9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대형 부스로구색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존재도 오히려 다른 대기업들의 공백을 두드러지게 하는 효과만 냈을 뿐이다.
국내의 PC용 쿨러(방열기)업체 잘만사의 양희준(33) 연구원은 “지난 2001년 대회 때만 해도 가득찼던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고 컨벤션센터 바깥 입구에서부터 길양옆에 늘어서 있던 전시용 부스가 거의 사라지는 등 세가 줄어든 것이 뚜렷하다”고말했다.
이같은 컴덱스의 ‘쇠퇴’에는 최근의 전세계적인 IT경기 침체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 IT 융합(convergence) 추세의 결과로 순수 PC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IT기업들이 전자제품 중심의 세빗(CeBIT)과 같은 다른 전시회에 주력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주최측인 미국 미디어라이브사도 그간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폭넓은IT 관련 업체.상품을 포괄했던 전시회 성격을 기업고객 상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등 컴퓨터 관련상품 소개로 초점을 좁히는 등 자구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대회 운영 책임자인 에릭 포로(Eric Faurot) 미디어라이브 부사장은 최근IT 전문 뉴스사이트인 씨넷(CNET)에 기고한 글에서 “IT 호황 때 컴덱스가 급속 성장하면서 IT와 무관한 것까지 끌어담다 초점을 잃는 우를 범했다”고 반성하면서 “이제소비자를 위한 이벤트에서 벗어나 기업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를 위한 IT 행사라는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80여개에 달했던 참가업체의 절반을 약간 넘는 49개 업체만이참가한 국내업계도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떠들썩한 홍보 대신 실제 바이어를 상대로 한 상담활동 등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일제히 불참한 가운데 46개 중소기업은 한국전자산업진흥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마련한 한국관에 자리를 잡았다.
이중 토마토LSI는 휴대폰의 2개 액정을 1개의 칩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으며 퍼스텍㈜은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하는 얼굴인식 시스템을 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청중수의 감소라는 현실앞에서 내년 이후 컴덱스에 계속 참석할지 고민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컴덱스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내년 대회 참가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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