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 김<회사원>
쿨하게 산다는 것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시원시원하게 거리낌 없이 사는 것이 쿨한 것이라면 그 반대는 아마도, 아줌마들이 흔히 쓰는 말인, 지지고 볶고 산다가 아닐까?
가족이나 애인, 동료 등 얽매인 인간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있고 싶을 때는 있고 떠나고 싶을 때는 멋있게 떠날 수 있는 쿨한 인생을 한 번 쯤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쿨하게 살려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독립적이고 자신있어야 한다. 물질적으로 많이 풍요로와지고 가족의 연대감 등이 많이 희석된 우리 세대에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나 또한 예전에는 애인과 헤어지는 것을 망설이는 친구에게 이렇게 충고했었다. ‘왜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 사귀냐? 그냥 쿨하게 헤어져 버려라’라고. 남녀가 사귈 때는 열정적이지만 끝내야 한다면 얼굴 붉히지 않고 보내주기, 그래서 애인이었다가 친구처럼도 지낼 수 있기 - 이런 걸 쿨하게 헤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가정을 이룬 지금, 친구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예전처럼 ‘쿨하게 헤어져 버려’란 말은 선뜻 하지 못할 것 같다. 생활이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도 쿨한 순간보다는 마늘 냄새, 기름 냄새 나고 지지고 볶으면서, 열 받았다가 식었다가 하는 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쿨한 척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자유롭게 살자’라고 외쳐도, 가슴 속은 상처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서투른 칼질 때문에 손가락에 상처가 나면 상처가 난 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보다 뜨겁다. 상처에서 열이 나기 때문이다. 서투르게 휘두른 말의 칼날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상처 받은 마음은 열을 내며 곯기 시작한다. 제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쓰라리기 마련이지만, 칼을 쓰지 않으면 음식을 만들 수 없듯이, 그 다툼이 서로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흉터를 통해 알게 된다.
쿨하게 살고 사랑하고 싶다는 어린 연인들이 귀여우면서도, 그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키득거리며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하는 때가 있다. ‘결혼만 해봐라. 그게 어디 그리 만만한가? 이 때가 좋은 때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은 또한 나보다 결혼 생활이 훨씬 오래되신 분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내게도 아직 인생의 뜨거운 맛을 보아야 할 것이 더 많이 남아 있나 보다.
인간은 심장에 따뜻한 피가 흘러야 하는 온혈 동물이기에 언제나 완벽하게 ‘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사람을 사랑하는 일, 변덕스러운 한순간의 열정이 아니라 오래오래 사랑하는 것은 지지고 볶으면서, 그 온기를 부대끼면서 가꾸고 키워나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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