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케냐
세계 최대 빈민촌이 밀집되어 있는 케냐 나이로비 카리오방지 빈민촌에서 만난 여인이 이곳의 비참한 생활을 들려주고 있다.
한 흑인남성이 카이로방지 빈민촌을 방문한 취재팀을 따라다니며, 물과 인권을 요구하는 푯말을 들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를 내려다 본 전경. 공원내 대형 운동장에 마련된 옥외 집회장에서 유명 여성 부흥사의 부흥회가 열리고 있다. 나이로비에서는 길거리선교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두얼굴을 가진 도시’
케냐의 나이로비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웬만한 대도시 못지 않은 고층건물과 잘 정돈 된 도로, 말끔한 길거리, 대도시의 전형인 교통체증 등등. 취재팀이 방문했던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선진국 대도시의 번화한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평균 고도 1500미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연중 선선한 기후가 쾌적하고 싱그러워 야자수 나무 아래 흔들의자에 걸터앉아 망고 주스를 마시며 휴가를 즐겨 봄직한 낭만의 거리이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옆에는 길다란 목을 빼고 점잖게 걸어 다니는 기린이 있는 도시. 박진감 넘치는 사파리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동물의 왕국. 신비의 킬리만자로의 나라. 그러나 ‘적도의 천국’ 케냐의 나이로비에는 세계 최대의 빈민촌이 똬리를 튼 채 먹이를 노리듯 잔득 웅크리고 있다. 그 인구가 무려 150만에 달해 정부에서도 손을 대지 못한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곳 빈민촌에는 경찰조차 접근을 꺼려한다. 취재팀을 호위하던 2명의 경찰관들은 이곳에 들어온 것이 처음이라며 옷속에 감춘 자동소총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긴장을 늦추지 못할 정도였다. 직업 사정이 좋지 않은 케냐, 특히 수도 나이로비는 어찌 보면 빈민 양성이 필연적인지 모른다. 대학 졸업자의 20%만이 직장을 갖는다니 무직자들의 빈민 전락은 불 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직업 창출이 용이한 1·2차 산업이 거의 없는데다가 외국산 소비재 의존도가 높아 물가는 하늘을 찌를 듯 높다. 전국적으로는 실업률이 40%에 달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극빈자로 살아가는 케냐는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주의 법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국속의 빈국’이다. 취재팀은 경찰도 들어가기 꺼리는 빈민촌에 들어가 식수공급과 하수시설, 어린이 교육, 의료, 직업교육 등 자활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월드비전 사업장을 방문했다.
빈민촌‘카리오방지’
병원은커녕 식수도 없어
월드비전 재활단체 운영
나이로비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불과 20분만 운전하고 나가면 100만명의 빈민들이 밀집한 ‘카리오방지’(Kariobangi)에 들어선다.
월드비전 지역 사무실에서 간단한 배경설명을 들은 후 마을 대표단 11명과 함께 사파리용 SUV를 타고 빈민촌 취재에 나섰다. 카리오방지는 11개 소지역(Cluster)으로 나뉘어 각 지역마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재활 위원회가 운영되는데 1개 지역내 빈민들의 인구가 무려 10~15만 명이나 된다. 못사는 주민들이 더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며 발족한 주민 자치단체이고 보니 부족한 게 너무 많아 어쩌다 외국 단체들이 방문하면 서로 자기들의 소지역에 초청해 후원을 받겠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 안쓰러울 정도다. 월드비전은 이들 재활위원회를 통해 커뮤니티에 도움을 주고 효과와 결과 등을 평가해 보다 효율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이곳 빈민촌을 옛 한국의 청계천 판자촌을 예로 들면 딱 알맞다. 차이가 있다면 판자가 아니라 양철로 지은 집에다가 식수와 하수시설이 없어 말라리아, 콜레라, 홍역 등의 전염병이 창궐한다는 점이다. 식수는 마을에 놓인 공동 수돗물이 전부이고 분뇨와 생활하수가 뒤섞여 그대로 길거리 도랑에 방류된다. 야간 응급 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 치료가 불가능하다. 정부에서는 무료 교육을 실시해 교육의 기회를 넓혀 가고 있으나 슬럼 지역 사정으로는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교수가 부족한데다가 사립학교는 학비가 비싸 엄두도 내지 못한다.
■빈민촌 재활위원장
대물림하는 가난 굴레
한번 들어가면 못나와
“한번 들어가면 벗어나기가 힘든 곳이 빈민촌입니다”
10만명의 빈민들이 모여 사는 마사르 빈민촌의 재활위원회 페니나 카부르 니얌브라 위원장은 취재팀을 만나자 자신의 빈민촌으로 방문할 수 없겠느냐며 빈민촌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사르 빈민촌을 보여주면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느냐는 희망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주민들을 대표해서온 페니나 위원장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빈민촌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 직업 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가 절도등의 범죄예방을 위해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데 빈민을 보증해 줄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설혹 있다해도 업주가 고용을 꺼려한다. 최근에는 케냐 비즈니스 단체들과 결연을 통해 취업길을 열어주지만 그것도 극소수에 해당된다.
페니나 위원장 역시 빈민촌에서 자라나 그곳 전 남편을 만나 딸 둘을 낳아 키우고 있고 어머니와 여조카까지 5명이 흙바닥 판자촌 골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판자촌 골방 가격은 한달 1,500실링(약 20달러)으로 빈민촌 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집주인은 나이로비 중산층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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