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볼것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것. 양보란 있을 수 없다.
광주일고 선후배간인 서재응(27·뉴욕 메츠)과 최희섭(25·플로리다 말린스)가 오는 29일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에서 충돌, 직속 선후배간 양보할 수 없는 한판 투타대결을 펼친다.
같은 내셔널리그 동부조에 속한 두 팀은 28일부터 말린스 홈구장인 마이애미 프로플레이어 스테디엄에서 3연전을 갖는다. 이 가운데 서재응이 29일 2차전에 메츠 선발로 출전하게 됨에 따라 말린스의 왼손거포 최희섭과 동문간 한판승부가 불가피하게 된 것.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서는 사상 두 번째 한인간 투타대결이다. 지난 4월 이뤄진 첫 대결에서는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최희섭을 외야플라이로 잡아낸 바 있으나 이는 김선우가 구원투수로 우연히 이뤄진 ‘조우’였고 선발출장선수끼리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재응과 최희섭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한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결과는 무승부. 최희섭은 서재응을 상대로 2루타 1개를 쳤고 서재응은 삼진 1개와 2루땅볼 1개를 유도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시범경기이고 이번은 진검승부로 전혀 세팅이 다르다. 시범경기에선 혹시라도 끼어 들 여지가 있던 한인선수간, 동문 선·후배간의 인정이나 봐주기가 정규시즌 대결에선 발들일 틈이 없다.
5월 내내 부진하다 최근들어 잇달아 장타를 뿜어내는 등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최희섭은 이를 계속 살려나가야 하고 더욱이 팀에서 거의 유일한 왼손 거포란 점에서 우완투수인 서재응 공략에 선봉 역할을 담당해야 할 입장이다. 서재응 역시 최근 팀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한 선발투수 영입설이 솔솔 나도는 등 팀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호투는 거의 필수적이다.
팀에서는 승리는 물론 선발투수로서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어 서재응으로서는 최소한 6회, 가능한 7회까지는 버텨줘야 하는데 동문 후배 최희섭을 꺾지 못한다면 임무 달성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두 선수 가운데 심적인 부담이 더 큰 선수는 서재응(2승4패·방어율 5.30)이다. 거의 매 게임 출장하는 최희섭에 비해 한 게임 결과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선발투수이며 최희섭이 이미 홈런 11개를 뿜어내 말린스의 주전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것에 비해 팀내 위치가 상대적으로 취약, 이 경기에서 잘 던져야 할 절박함을 훨씬 더하다. 덧붙여 직속 후배와 만나는 것도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보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한가지 서재응으로서 다행스러운 것은 역대 말린스와의 맞대결에서 2승1패, 방어율 1.02를 기록할 만큼 강한 면을 보여 상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 하지만 지금까지 상대한 말린스에 최희섭은 없었다. 결국 절친한 후배가 시즌 3승 길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한 셈. 선배와 후배가 태평양을 건너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까.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