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중국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장사하는 집 앞의 담벼락에 사람들이 자전거를 주차하고 출근을 하는데, 이게 너무 심해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미관상도 좋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해서 자신의 담벼락에 자전거를 주차하지 말라고 부탁조로 협박조로 온갖 경고문을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집주인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행 결과는 집주인의 완벽한 KO승. 그 날로 모든 자전거가 자취를 감추었다는데, 바로 “자전거 공짜로 드립니다. 아무나 가져가십시오”라는 엽기 발랄한 카피 때문이었다.
마시고 있던 따끈한 커피 액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분무기에서 물 뿜어져 나오듯 터져 나올 뻔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자전거 주인들에겐 무섭고도 치명적인 한방인데도 그 중국인 집주인이 매정하고 몰인정하게 여겨지기보단 그의 명쾌하고 재치 있는 대처가 불쾌감 대신 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그가 만약 “주차금지” “제발 주차하지 말아주세요” 등과 같이 자신의 입장에서의 불편함만을 호소했다면, 목적을 이루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집 앞에 매일 같이 자전거를 주차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고, 그들의 입장에서 말을 건넸기에, 아무리 불편을 호소해도 꿈쩍 않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고 본다. “이 자전거들을 공짜로 드립니다” 라는 문구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에 꽂혔고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변화시켰던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방이 원하는 걸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비록 무엇인가를 거절하기 위해서였긴 하지만 그 중국인 장사꾼은 상대의 입장을 읽으려 노력했고 자전거 주인들은 “이 자전거들을 공짜로 드립니다…”를 읽는 동안 집주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나한테로만 열려진 일방통행에 익숙한 이들에겐 고문과도 같을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도전해 보고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근년 들어 고국에서 뿐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미국과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추악하고 가슴에 피멍들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상대방의 마음 읽기’ ‘상대방의 입장 되어보기’가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는다. 세상사가 주어진 수학 공식에 따라 정답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수학문제가 아니고, 우리 가슴으로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문제들로 짜깁기가 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의 귀를 열고 가슴을 열어 귀를 기울이고 상대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기를 피투성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연습 또 연습할 일이다.
유명한 예화가 있다. 미국 뉴욕에서 한 장님 걸인이 팻말을 들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불쌍한 장님입니다. 배가 고파 죽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깡통은 계속 비어 있었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팻말 뒷면에 새로운 문장을 써주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자 그의 깡통이 차기 시작했고, 따뜻한 격려도 받았다고 한다.
두 문장의 차이는 바로 ‘내 입장에서 쓴 글’과 ‘행인의 입장에서 쓴 글’의 차이이다. “배가 고파 죽겠다”는 하소연성 팻말에는 별다른 동요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던 행인들. 하지만 새로운 글을 접하고는, “나는 이 화사한 봄을 만끽하고 있는데, 저 장님은 얼마나 불쌍한가…”라며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의 입장에서 건네는 말. 상대를 감동시키는 지름길이 아닐까.
성영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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