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이 어머니인 50대의 한 여인을 데리고 진료실에 왔다. A여인은 무척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이 다른 여자를 얻기 위해 자기를 쫓아내려고 괴롭히던 일을 얘기한다. 심지어는 다른 가족과 짜고 사사건건 자기를 무시하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며 사람을 써서 미행을 시키는 등 참을 수 없이 괴로움을 당했다는 것이다. 은행통장도 따로 돈을 빼돌려서 저금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맞서 몇 년을 싸워왔는데 그 이후 며느리는 자기를 죽이려고 음식에 무엇을 넣는가 하면, 홧병에 죽도록 옷을 일부러 찢어놓든지 훔쳐놓기도 해서 자신은 두려움과 분노로 마음이 하루도 편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온 가족이 합세해서 자신을 정신병자로 취급하니 기가 막혀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이렇게 혼자서 30여분을 이야기하고 자신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잠깐만! 여보세요 A씨! 비싼 진단비 내고 그냥 가면 손해 아닙니까? 내 말도 한마디는 듣고 가셔야지요” “들어보나마나 선생님도 한통속일지 모르지만, 빨리 얘기나 해보세요”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식 넷을 길렀는데 남편이 이제 배신을 하려하고, 거기다 며느리는 온갖 방법으로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정말 A씨는 지옥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사셨군요. 저 같으면 우울증에 걸렸던지 아니면 미쳐도 벌써 미쳤을 거요. 이런 지옥 같은 세상을 견디어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몇 분 간 조용히 앉아있던 A씨는 그제야 훨씬 차분한 목소리로 자기의 괴로움을 이해해주는 담당자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자이프렉사를 10mg정도 매일 하루 한번씩 복용하며 6번째 상담을 하던 날 “남편보다 훨씬 능력도 많고 성격도 활달하고 인기도 좋아 만약 바람을 핀다해도 A씨가 더욱 가능성이 많을 것 같고, 이혼을 한다고 해도 다른 남자 구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남편에게 버림받을까봐 걱정을 하니 이해가 잘 안되는군요” 그러자 A씨는 밝은 얼굴로 “제가 정신이 이상하죠. 저 남자 간다고 왜 그렇게 야단을 피웠는지 제 자신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A씨는 조금씩 원래의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같이 상담실에 온 남편의 오래 굳어있던 얼굴에 안도와 억울함과 어처구니없는 복잡한 미소가 흐른다.
의부증이 늘 쉽게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혼을 하고 나서 비로소 치료를 시작했고 한 3년이 지난 뒤에야 자기의 의부증을 자각하며 이렇게 얘기한다. “병이 낫고 나서 내가 이혼한 남편에게 다시 합치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하는 말이 그 몇 년 동안 너무나 고생한 뒤였기에 도저히 같이 살수 없으니 그냥 헤어지자고...”
또 다른 예로, 한 10년간 극심하게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며 괴롭히고 남편을 의심한 아주 심한 의부증을 가진 부인은 음식도 거의 먹지 못하고 거의 뼈만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입원치료로서 4주 간 크로자릴 약물치료를 하고 나서, 남편이 부인의 법적 보호자 자격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 부인이 심한 증세를 보일 때마다 남편의 요구에 의해서 입원치료를 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한 이후 부인은 의부증 증세가 사라졌고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가끔씩 너무 억울한 나머지 살인으로까지 발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주로 의처증의 예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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