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옥(MOMA 근무)
“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 왔습니다. 그렇지만 하늘을 어떻게 사고 팝니까? 땅이라구요? 우리가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의 주인이 아닌데 이것을 사겠다고 하십니까?”
그렇게 당당하고 용감하게 미 서북부의 인디안들을 총 지휘하던 씰트(Sealth) 추장이 뼈저리도록 가슴을 치는 글귀로 워싱턴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첫 구절이다.
우연한 기회에 그 편지를 읽으며 얼마나 콧등이 시큰거렸던지…“땅은 우리 어머니라는 것… 땅이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에 속해 있다는 것…”
나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온갖 자료와 사진들을 몇날 몇 밤 모두 훑어보면서 이 추장의 얼을 달래보려 했다. 그의 이름을 딴 시애틀 근처에서 처음 유학시절을 보냈었기에 난 아직도 그 고장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고 가장 친했던 미국 친구는 여전히 그곳에 살며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이 편지를 접한 뒤 그 친구와 나는 씰트 추장에 대해 전화로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 친구가 알려준 이야기 중 또 하나 가슴 아팠던 것은 Princess로 귀여움을 받았던 그의 딸이 아버지가 사망한 뒤로 시애틀 거리 한 구석에서 기념품 몇 가지를 팔며 전전하다가 외롭게 죽어갔다는
것이었다.
씰트 추장의 편지가 요새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는 우리들의 양심에도 찡~ 하게 전달될 것 같아 나는 내 나름대로 정성껏 번역을 해 보았다. 전체를 고대로 직역하는 대신 내가 좋은 몇 구절만 골라 간단히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디안 추장이 보낸 편지>라는 제목으로 쓴 내 글이 2003년 10월 18일 한국일보에 나
왔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5월 24일자 신문을 먼저 읽고 난 남편이 나보고 “땅은 우리 어머니”라는 글을 빨리 읽어보라며 당신이 반드시 무슨 반응을 보일꺼라 덧붙였다. 제목이 좋아 읽으려던 참이었다.
읽으면서 나는 웃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웃다가 내가 전에 쓴 기사를 들고 나왔다. 어쩜-! 나의 글이 이 글을 쓰신 분의 문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남편의 말이 걸작이었다. 세익스피어의 문구를 내 것이라고 하면 어때? 물론 과장으로 한 말이지만 고대로 인용할 때는 누구 누구의 어느 부분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뜻임
은 두말 할 것도 없다.뭐- 나는 영광인데 하며 또 한번 웃어 제꼈지만 그래도 글 쓰신 분이 내 글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 말씀만 쓰셨더라면 이렇게 뒤끝이 씁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마음이 좁아서, 더욱이 내가 너무 잘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이며, 또한 도덕상 어긋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쳐 온 것을 당신도 당신의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시겠습니까?”조그만 자갈을 입에 잔뜩 집어넣고 바람과 풍파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큰 음성으로 다듬어 놓은
이 노추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