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필하모닉 단원으로 뽑힌 하버드 출신의 한인 바이얼리니스트 자니 이씨.
“바이얼린만 들면 세상이 내 것”
하버드 의대 입학 경제학과 우등 졸업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자” 진로 바꿔
한인 바이얼리니스트 자니 이(26)씨가 LA필하모닉 정식 단원으로 발탁됐다. 29일 개막하는 LA필 2005∼2006시즌부터 유일한 한인단원이자 세컨드 바이얼린 연주자로 호흡을 맞출 이씨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우등(cum laude) 졸업하고 뮤지션의 길을 택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외과의사 케빈 이씨와 바이얼리니스트 크리스틴 이씨 사이에 3남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5세부터 바이얼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9세에 오케스트라에 입단했고, 대학 시절 하버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이씨는 2003년 클리블랜드 인스티튜트 오브 뮤직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샬롯 심포니의 어시스턴트 콘서트매스터, 캔턴 심포니의 콘서트매스터를 지냈고, 사라소타와 콜로라도 뮤직 페스티벌, 스폴레토 USA 페스티벌 등 유명 음악제에 참가했다.
세계적으로 한인음악가들의 활약이 눈부신 요즘, 솔로이스트보다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싶다는 바이얼리니스트 자니 이씨를 인터뷰했다.
▲하버드대를 우등 졸업하고 뮤지션의 길을 택했는데.
대학 입학 당시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하버드 의대에 진학했지만, 3학년 때 의사의 길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경제학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막상 사회에 진출할 시기가 다가오자 오케스트라 연주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평생 가야할 길은 ‘음악’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줄리아드 음대에서도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현악부 콘서트 매스터로 이름난 윌리암 프리실 교수에게 사사 받고 싶어 클리블랜드 음악학교를 택했다. 솔로이스트보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하고 싶다는 바람이 강하게 작용했다.
▲LA필하모닉에 지원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날로 명성을 더해 가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하고 싶었고, LA필하모닉 음악감독 에사-페카 살로넨의 예술 세계를 존경했다. 고전음악부터 20세기 현대음악을 망라하는 그의 레퍼터리는 바이얼리니스트로서 도전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외과의사인 아버지가 랜초 미라지의 병원으로 옮겨오면서 부모님이 최근 팜 스프링스로 이주를 했다. 형 역시 UCLA에서 레지던트 의사로 일하고 있어 가족의 곁에서 생활하고 싶었다.
▲오디션은 언제, 어떻게 치러졌는가.
올 봄 단원모집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고, 5월말 나흘 동안 오디션을 봤다. 대학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했던 친구가 지난해 LA필 비올라 단원으로 뽑혀 오디션에서 호흡 맞추기가 한결 쉬웠다. 첫날 오디션에 50명이 참가했는데, 최종 오디션에는 6명이 왔더라. 워낙 3명을 모집하는 걸로 공고가 났었다. 최종 오디션에서 3명이 남았을 때 대기실에서 심사위원회의 호출을 받고 긴장과 불안감이 뒤섞여 나갔는데, 심사위원 한 사람이 “연주를 잘하더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어 “합격한 거냐”고 되물었을 만큼 믿어지지 않았다. 혼자만 합격한 걸 알았을 때는 정말 기뻤다.
▲LA필에서 연주하게 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는.
바이얼린 연주자의 길을 걷겠다고 의사를 밝혔을 때 부모님이 가장 우려한 건 경쟁이 심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생활의 연속일텐데 견딜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바이얼린과 함께라면 자신 있다’고 대답했었는데 LA필하모닉 단원이 되고 보니 아무런 걱정 없이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오면서 앞으로 베토벤 심포니 전곡을 연주할 기회가 찾아올까 반신반의했었는데, 올 시즌 LA필이 ‘베토벤 해방’(Beethoven Unbound)을 주제로 베토벤 심포니 전곡을 연주한다고 들었다. 두 가지 소원이 동시에 이루어진 것 같다. 앞으로 오랜 세월 LA필하모닉에서 멋진 연주를 선사하고 싶다.
<하은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