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2005년,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같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어려서는 나이 먹는 것이 부러워 세월이 더디 간다고 투덜댔는데. 날개를 단 듯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시간이 두렵기도 합니다. 12월이 되면 많은 모임과 행사들이 있어 발걸음을 더 분주하게 만듭니다. 수많은 길을 걷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서 아름다운 사람들.
세상에는 아무리 작더라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작은 배려, 작은 손길, 작은 헌신, 짧은 위로, 짧은 격려, 간단한 안부인사, 작은 미소. 이러한 작은 배려들이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행복하게 만듭니다. 혹시 여러분에게 외로움
이 찾아오면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과 당신을 사랑하는 이웃들이 있음을. 혹시 여러분의 삶에 어려움이 찾아와 두 눈에 눈물이 흐를 때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흘린 그 눈물이 미래를 밝게 비추는 보석임을. 노래도 부르지 않으면 노래가 아니라는데. 세계적인 도시 뉴욕, 그것도 세계 제일의 번화하고 능력 있는 도시 맨하탄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언제나 바쁜 일정에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도시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저는 캘리포니아 시골 사람처럼 살고 있는 셈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체중도 늘고 마음마저 넉넉해져 이젠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는 ‘하하하’ 아줌마가 되어버린 나. 그런데 드디어 이 촌티 나는 ‘하하하’ 아줌마가 오늘 모처럼 맨하탄에 나갔습니다.
옷깃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인파들, 보석처럼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 빌딩마다 새어 나오는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불빛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거리와 빌딩에 성탄트리를 만들고 꼬마전구들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니 불빛이 반짝이는 만큼이나 많은 옛일이 생각납니다.
그 때 그 친구들이 몹시 그립습니다. 성탄 전야에 촛불 밝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들의 어느 한 때. 이 촛불의 마지막 심지를 태우듯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어둠 속에서 환히 비추는 촛불처럼 밝고 아름답게 살자고 다짐하던 그 친구들이. 고향 마을의 살가운 냄새, 그리고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번 12월엔 짧은 편지라도 써야겠습니다.
편지는 멀리서 보내는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이나 그리움의 표시이거나, 어쩌면 그 편지는 고향을 떠난 사람의 외로움을 나타내는 소리 없는 아우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로운 만큼 사랑을 전하고 싶어 하는 나의 애틋하고 따뜻한 감사의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감사 속에는 축복의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맨하탄을 보석처럼 아름답게 수놓은 불빛, 성탄트리. 불빛이 반짝이는 만큼이나 많은 옛 추억이 , 그리고 다가오는 성탄절이, 그리고 연말연시가 이런저런 상념에 젖게 만들어 버립니다. 화려했던 새해 계획은 잊힌지 오래. 아차 싶어 다시 정신을 차려 봅니다.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재정비를 해 봅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주저 말고 바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내일을 위해 맘껏 꿈을 꾸시고 기도하십시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이상을 높이 가지십시오.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시도해 보십시오. 믿음은 실제 상황을 바꾸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훌륭한 시도는 실패를 하더라도 아름답습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 무릎 꿇고 기도하십시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있
더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길을 열어 줍니다. 행복한 12월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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