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판 주선해 참가자들에게서 일정비율 기부 받아
코먼 유방암 재단 등 대형 비영리단체들도 적극 활용
미시간, 지난해 자선도박 허가 1,389건 전년비 2배 늘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의회 자선도박 합법화 법안 제출
“도박도 좋다” 청소년들에 그릇된 인식 심어줄까 걱정도
비영리재단과 도박.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매치다. 그러나 이들이 요즘 연인처럼 붙어 다닌다. 도박하는 곳에 가면 그 뒤에 비영리단체가 ‘숨어’ 있다. 일리노이 알링턴하이츠의 한 연회장에 포커광들이 북적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리 날리던 곳이었는데 최근 확 달라졌다. 하루에 478명이 들락거리고 판돈이 5만8,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잘 된다. 마이크 롱은 잠시 포커를 중단하고 100달러짜리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돈을 땄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리고 롱은 좋은 일도 했다. 이 포커판을 후원한 자선단체 전국고교체조코치연합에 기부도 했다. 연합회는 이날 하루 3,820달러42센트를 기부 받았다. 도박판에서 거둬들인 개가였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지역 교회나 커뮤니티 단체들이 도박판에 기웃거리는 이유는 바로 기부금을 거둬들이기 위해서다. 돈을 딴 사람들이 후하게 주기 때문이다. 수잔 코먼 유방암재단 등과 같은 유명 비영리단체들도 앞 다퉈 새로운 수익모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주 법규가 도박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금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 펜실베니아에서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도박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피츠버그 교외에 가면 평일 밤에 도박을 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윌킨스 타운십의 이탈리안 클럽에서는 매주 수요일 도박판이 벌어진다. 도박을 해서 딴 돈의 10%는 코먼 유방암 재단 후원금으로 내게 돼 있다.
도박과 비영리단체 기부금을 연계시키는 방안이 실효를 거두자 일부 주정부는 자선 도박행사를 합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거세다. 좋은 일을 한다고 표방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도박판에서 기부금을 얻어내는 게 도의적으로나 명분으로나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는 기부자의 적극적이고 건강한 기부에 의존해야 하는데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므로 기부를 받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 마약이나 술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들이 도박을 통해 모금할 경우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고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다분하다고 반대자들은 지적했다.
지난해 코먼재단이 후원해 휴스턴에서 열리려던 도박행사와 공립도서관에서 어린이 자리 증설을 목적으로 준비된 도박행사가 치안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전면 취소됐다.
볼티모어에서는 지난해 11월 경찰이 한 클럽을 급습해 15명을 체포하고 2만5,000달러를 압수했다. 코먼재단 대변인은 재단이 도박을 공식 후원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으나 제 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 같은 행사를 후원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처럼 도박을 단속하는 대신 캘리포니아, 사우스다코타, 버지니아, 텍사스의 주의원들은 일정한 규칙을 설정한 뒤 그 범위 내에서 자선단체의 도박행사를 합법화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델라웨어, 메인, 오리건 주는 지난해 자선단체의 도박행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과 미네소타 주도 자선단체의 도박행사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디애나 주는 지난해 316건의 자선 도박행사를 허가했다. 전년도의 177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미시간에서는 2005년 건수가 2004년에 비해 2배나 늘어 1,389건을 기록했다. 루이지애나에서는 자선 도박 행사를 연간 4-5건 정도 허가했으나 요즘엔 매달 7-8건을 허가해준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로서는 짭짤한 수입원을 마다할 수 없다. 비영리단체 Fire Works for Kids의 사무총장 제시카 야비츠는 “기금모금을 위해 5킬로미터 달리기 대회를 개최했을 때보다 도박행사에서 거둬들인 수익금이 2배나 됐다”고 했다. 자선단체들로서는 도박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일리노이 록포드의 켄-락 커뮤니티 센터는 지난해 유나이티드로부터 비보를 접했다. 지원금 5만 달러를 중단하겠다는 통보였다. 1년 예산이 20만달러인 이 재단으로서는 엄청난 ‘구멍’이 난 셈이다. 그래서 도박행사를 주선했다. 500명이 참가했다. 여기서 생긴 수익금이 6만달러였다. 유나이티드에서 받지 못한 기금을 충당하고도 남았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찌됐든 도박을 한다. 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비영리단체가 기금모금에 도움을 받는 게 부당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비영리단체장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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