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탓에 타인종 입대 급감하자 ‘군에 비상’
교육 및 경제 수준 낮은 히스패닉 이민자 ‘주 타겟’
월마트, 학교, 가정까지 ‘침투’해 당근 제시하며 유인
히스패닉 매체 광고에 지난 4년간 5,500만달러 써
“물정 모르는 이민자를 사지로 내 몬다” 반대여론도
육군 사전트 퍼스트 클래스(sergeant first class)인 가비노 배런은 유니폼을 입고 월마트에서 진을 치고 있다. 모병관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배런의 임무는 히스패닉을 타겟으로 한 ‘모병 작전’이다. 배런의 눈에 ‘먹이’가 띄었다. 히스패닉 청소년 2명이 월마트 자동차 관련제품 코너를 배회하고 있었다. 배런이 이들에게 다가갔다.
유창한 스패니시로 “육군에 들어올 생각이 없느냐?” “보너스로 4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 “나는 멕시코 출신이다.” 배런은 부드럽게 접근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는 지역에서는 이들을 군대에 끌어들이기 위한 공격적인 모병작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육군에 히스패닉 수는 2001~2005년 사이 26%, 군대 전체로는 18%가 증가했다. 이라크 전쟁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이 군대를 기피하면서 입대자가 지난 4년간 22.3%에서 14.5%로 급감하자 히스패닉을 타겟으로 한 모병작전이 더욱 절실해졌다.
하지만 히스패닉이라고 군 입대를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히스패닉 다수 거주 지역에서는 모병관들의 집중 모병작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히스패닉 주민들을 상대로 이민자의 권익을 위한 다각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맞불작전이다. 군에 입대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다양한 기회를 찾는 게 현명하다는 취지에서다.
모병 반대자들은 모병관들이 히스패닉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화려하고 교묘한 전술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깃한 유인책도 서슴없이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모병관들은 히스패닉들이 많이 모인 지역에 허머를 타고 가면서 퍼레이드를 하는 등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병 반대자들은 특히 초기 이민자들이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노려’ 입대를 제안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 군으로서는 히스패닉 청년들의 입대를 적극 권해야 할 입장이다. 인구로는 전체의 14%를 차지하지만 육군에는 10.8%에 불과하므로 히스패닉을 겨냥한 모병작전이 지나친 것은 아니라고 주장이다.
히스패닉은 군대에서 그 수가 가장 빨리 증가하는 그룹이기도 하지만 재입대하는 수도 현저하다는 게 최근 한 조사보고서에서 나타났다. 한마디로 군으로서는 히스패닉을 외면할 수 없는, 아니 이들을 중요한 기둥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히스패닉들이 무척 애국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대체로 이민자이거나 그들의 자녀이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갖게 된 기회에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군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멤버이기도 하다.
다른 인종에 비해 교육과 경제 수준이 낮은 히스패닉들인지라 입대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이슈다. 돈도 주고, 직업교육도 시켜주고 가난에 찌든 동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므로 나름대로 가치는 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해리슨 고교에 다니는 에드가 산타나(17)는 최근 모병관으로부터 이런저런 베니핏에 대해 듣고는 입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덴버의 노스 고교의 토니 멘도사(18)는 “부모님은 군에 가면 목숨을 잃을까 걱정이시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했다.
군은 히스패닉을 끌어들이기 위해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스패니시 TV, 라디오, 출판물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최소 5,500만달러를 썼다. 육군은 또 매년 200명의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집중 영어교육을 시킨 뒤 육군 입대 시험을 치르도록 했는데 이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현재 5개 도시에서 실시되는 이 프로젝트를 10개 도시로 늘릴 예정이다.
모병관들은 히스패닉이 많은 학교뿐 아니라 동네에까지 파고들었다. 스패니시를 유창하게 하는 모병관 수도 늘렸다. 콜로라도 지역에서는 스패니시를 하는 모병관 수가 지난 18개월 새 4명에서 13명으로 증가했다. 가족, 특히 어머니의 결정이 중요한 문화 때문에 모병관들은 집에 찾아가 인사도 하고 식사도 같이 나눈다. 또 히스패닉 교회에 가서 미사를 드리고 전화통화도 수시로 한다. 그야말로 전방위 모병작전이다.
하지만 군의 모병작전은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양분시켰다. 지지자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히스패닉들이 미국 사회에서 대우를 받고 살려면 군에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전쟁 중에 군에 입대하는 것은 베니핏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공산이 더 크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히스패닉들이 군에 입대하면 전선에 배치돼 총알받이로 죽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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